대기업 채용 봇물, 청년 구직 숨통 트이나 '정치적 쇼' 논란 속 깊어지는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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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요청' 이후 쏟아진 채용 계획, 기대와 우려의 교차점
갑작스레 쏟아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대규모 채용 계획 발표가 2025년 하반기 취업 시장에 뜨거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청년 고용난으로 시름하던 구직자들에게는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소식임에 틀림없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10대 그룹 중 7곳이 무려 4만 명에 달하는 신입사원 채용을 올해만 단행하겠다고 밝히며, 향후 수년간 수만 명에 이르는 고용 계획을 앞다퉈 내놓았다. 특히 삼성은 5년간 총 6만 명이라는 전례 없는 규모의 신규 채용을 약속했고, SK와 현대차 역시 각각 올해 8천 명, 7천2백 명의 문을 활짝 열겠다고 공표했다. 이처럼 이례적인 동시다발적 움직임은 물론 환영할 만한 일이며, 얼어붙었던 고용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 이면에 드리워진 정치적 해석과 비판의 그림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과연 이번 대기업들의 채용 확대는 절박한 청년 고용 문제에 대한 진정성 있는 해법일까, 아니면 현 정부의 '청년 고용 활성화' 요청에 대한 기업들의 '정치적 읍소'에 불과한 것일까. 대기업 채용 시장에 불어닥친 이 미묘한 변화의 바람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기업들에 특별 요청을 드릴까 한다"며 청년 고용 증대를 당부한 발언 이후 불과 이틀 만에 터져 나온 대기업들의 '화답'은 단순한 경제적 판단을 넘어선 복합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물론, 취업난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에게는 당장의 일자리가 그 어떤 논쟁보다 절실할 것이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고용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이러한 채용 확대가 단기적인 처방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맞물려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과 시장 원리가 존중되는 환경에서 창출되는 일자리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숨통'이 될 수 있을 터이다. 어쩌면 이번 사태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고용 문제의 복잡한 단면과 정치경제적 역학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거울일지도 모신다.
정부와 기업의 '팀 코리아' 정신, 청년 고용 활성화에 대한 공식적 입장
이번 대기업 채용 발표의 직접적인 배경은 이재명 대통령의 '특별 요청'이었다.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기업들이 예전엔 좋은 자원을 뽑아서 교육하고 훈련했는데, 요즘은 경력직만 뽑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며,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치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말처럼, 기업들에게 청년 고용난 극복에 동참해 달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러한 대통령의 발언 이후, 재계는 놀랍도록 신속하게 움직였다. 10대 그룹 중 7개 그룹이 즉각적으로 채용 계획을 발표했고, 그 규모는 실로 압도적이었다. 삼성은 향후 5년간 6만 명을, SK그룹은 올해 8천 명, 현대차그룹은 7천2백 명을 신규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LG그룹은 3년간 1만 명, 포스코그룹과 HD현대도 각각 5년간 1만5천 명, 1만 명이라는 대규모 고용 계획을 내놓았다. 이들 기업은 특히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과 같은 미래 핵심 기술 분야와 R&D, 친환경 인프라, 전동화, 소프트웨어 등 그룹의 성장 동력이 될 부문에 채용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피력했다. 정부와 재계는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다음 달에는 고용노동부, 동반성장위원회와 함께 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대규모 민관 합동 채용 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삼성, SK, 현대차 등 주요 11개 그룹과 3백여 개의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이 박람회는 경제계가 공동으로 대규모 채용 박람회를 여는 것이 15년 만의 일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기업의 청년 고용 활성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행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기업들의 이러한 화답에 대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통령의 호소에 감사드린다"고 밝히며, 이번 채용 확대가 정부의 노력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어우러진 결과임을 강조했다. 물론, 청년 실업률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대규모 채용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정치 쇼'의 의혹, 그리고 기업들의 속마음
하지만 이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된 대규모 채용 발표 이면에는 '정치 쇼'가 아니냐는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이 공존한다. 무엇보다 사업 분야와 경영 상황이 제각각인 대기업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대규모 채용 계획을 쏟아낸 점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주요 기업들이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채용 규모를 발표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당장 6개월 뒤의 시장 상황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에, 대통령의 임기 기간인 5년 동안 몇 명을 뽑겠다고 미리 약속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행태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내 한 그룹은 채용 계획을 정작 당사자인 청년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대통령실에만 따로 보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한 대기업 임원은 '이런 날 빠지면 죽는 것'이라며 압박감을 토로했고, 다른 임원은 '정무 감각으로 하는 일'이라고 귀띔했다고 한다. 이는 기업들이 자율적인 판단보다는 외부의 강한 압력에 의해 움직였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 지난 16일 이재명 대통령의 '특별 요청'이 있은 후 불과 이틀 만에 대기업들이 대규모 채용 계획을 내놓자, 대통령은 청년들 앞에서 "대기업 회장님들한테 읍소했는데 다행히 들어줬다"고 생색을 내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심지어 '30대 기업, 100대 기업까지 확대해 청년 채용을 부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러한 '강자의 부탁'이 약자인 기업들에게는 사실상 '협박'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비판은 그래서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며, 채용은 사업의 성장과 시장의 활기라는 경제적 판단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누가 채근한다고 뚝딱 늘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어쩌면 이번 채용 발표는 기업들의 자율성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더 크게 작용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역풍 맞는 기업 환경, 지속 가능한 고용의 조건
대기업들의 대규모 채용 발표가 '정치 쇼'라는 비판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현재 기업들이 처한 녹록지 않은 경제 환경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내 기업들의 체력은 급격히 약화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동차 산업에 부과되는 25%의 대미 관세, 철강 산업의 50% 관세 위협은 물론, 3500억 달러(약 49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 부담까지 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 정년 연장, 주 4.5일제 등은 기업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법안들은 국내외 기업들이 "재고해달라"고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인 정책들이다. 물론,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고령화 시대의 해법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인건비 상승과 경영 유연성 저하로 이어져 '한국에서 사업하면 손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부탁'에 의해 대규모 채용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 과연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고용 안정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예컨대 삼성은 반도체와 바이오, 인공지능(AI) 중심으로 6만 명을 뽑겠다고 했지만, 이들 사업이 3년 뒤, 5년 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불확실성이 큰 미래 사업에 대해 미리 채용 목표부터 내놓는 것은 경제적 합리성을 따지는 기업의 본성에는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은 이익을 내기 위해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집단이다. 사업이 성장하고 시장에 활기가 돌면 정부가 등 떠밀지 않아도 알아서 사람을 뽑고 설비에 투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리이다. 채용을 늘리라고 '읍소'하기 전에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즉 투자와 성장이 활성화되는 여건을 만들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비판은 그래서 더욱 뼈아프다. 지속 가능한 고용은 단기적인 정치적 제스처가 아닌, 견고한 경제 성장이라는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청년 고용, '읍소'를 넘어선 근본적 해법 모색
대기업들의 대규모 채용 발표는 분명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과, 정치적 압력에 의한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물론, 당장 일자리가 필요한 청년들에게는 희소식일 테지만, 그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기업은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며, 시장의 수요와 공급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기본이다. 정부의 '읍소'나 '부탁'에 의해 이루어지는 채용이 과연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과거에도 정부 주도의 채용 확대가 실질적인 고용 증대로 이어지지 못했거나,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았던 사례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한 청년 고용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은 무엇일까. 어쩌면 정부는 기업의 팔을 비틀어 단기적인 채용 성과를 내기보다는, 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들이 대기업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또한 중요한 접근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인재 양성 시스템을 개혁하여 미래 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공급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경쟁력 강화와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지름길일 것이다. 대기업 채용의 문이 활짝 열리는 것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그 문이 자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이라는 기반 위에 굳건히 서 있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청년 고용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우리 사회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채용 확대가 단순한 '정치적 쇼'로 끝나지 않고, 한국 경제와 청년들의 미래를 위한 진정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노잇. - KNOW IT. 세 줄 요약
국내 대기업들의 대규모 채용 발표는 청년 고용난 해소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으나, 이재명 대통령의 '특별 요청' 직후 이례적으로 동시다발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정치적 쇼'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 기업 자율성보다는 정부 압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거론되며, 지속 가능한 고용을 위해선 단기적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과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번 채용 확대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고용 문제 해결의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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