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온라인 사기, 64명 한국인 ‘수갑 찬 귀환’…엇갈린 시선 속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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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치' 범죄 단지 속 64인의 그림자: 인천공항에 드리운 어두운 여운
2025년 10월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은 여느 때와 다른 무거운 공기로 가득 찼다.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가담해 현지 이민 당국에 구금되었던 한국인 64명이 전세기를 통해 마침내 고국 땅을 밟는 순간이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푹 숙인 이들은 모두 수갑을 차고 있었다. 190여 명의 경찰 호송조가 삼엄한 경비 속에서 이들을 호송하는 모습은, 단순한 송환을 넘어선 복잡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유튜버로 추정되는 인물이 소란을 피우며 뒤쫓는 광경도 벌어졌다고 한다. 물론, 이들의 귀환은 환영받는 귀향이라기보다는 범죄 혐의에 대한 엄중한 사법 처리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들은 전세기 기내에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고 곧바로 체포되었으며, 준비된 호송 차량 23대에 나뉘어 각 관할 경찰서로 압송되었다. 대부분은 이미 한국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 신분이었고, 인터폴 적색수배자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이른바 '웬치'로 불리는 캄보디아 내 범죄 단지에서 보이스피싱이나 로맨스 스캠 등 다양한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송환은 한 국가에서 전세기를 동원한 한국인 범죄자 집단 송환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송환된 이들은 충남경찰청 45명, 경기북부청 15명 등 전국 각지의 경찰서로 분산되어 조사를 받게 된다. 이들의 귀환은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의 심각성과 함께, 해외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범죄 조직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들이 고개 숙인 채 마주한 고국의 하늘은 어떤 의미였을까. 법의 심판대 위에 선 이들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고수익 유혹'이 빚어낸 비극: 캄보디아, 검은 유혹의 땅이 되다
64명의 송환은 단순히 몇몇 범죄자의 귀환을 넘어선다. 이는 캄보디아가 어떻게 한국인들을 노리는 온라인 사기 범죄의 새로운 거점이 되었는지, 그리고 왜 그토록 많은 젊은이들이 '고수익 해외 일자리'라는 허상에 이끌려 위험한 구렁텅이에 빠져드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지난 몇 년간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감금 신고 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2021년 4건에 불과했던 신고는 2024년 220건, 2025년 8월까지는 무려 330건으로 치솟았다. 이 수치는 캄보디아를 배경으로 한 온라인 사기가 얼마나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웬치'와 같은 범죄 단지들은 미얀마, 라오스와 함께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리며 온라인 사기 활동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보이스피싱은 물론, 로맨스 스캠, 투자 사기 등 다양한 형태의 범죄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어쩌면 이들은 처음부터 범죄를 목적으로 캄보디아로 향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달콤한 '고수익' 약속에 현혹되어 떠났다가, 현지에서 감금과 폭행을 당하며 강제로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물론, 어떤 이들은 '범죄의 맛'에 빠져 스스로 헤어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한 달만 일하면 몇 달 치 월급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젊은 세대에게는 거부하기 힘든 그림자였을 것이다. 이처럼 캄보디아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검은 유혹의 손길이 뻗쳐 있는 위험한 땅이 되었다. 이번 송환은 이러한 현실을 우리 사회에 다시금 각인시키는 아프지만 분명한 경고이다.
정부의 의지와 정치권의 시선: '피해자 vs 피의자' 프레임 속 복잡한 해법
이번 64명의 송환은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캄보디아 총리와 외교부 등 많은 기관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며 신속한 송환 완료를 알렸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향후 캄보디아 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범죄자 체포 및 송환을 지속하고, 보이스피싱 규모 등을 밝히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송환된 64명 전원을 대상으로 마약 검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은 캄보디아 내 마약 투약 의혹 제기가 많았던 점을 고려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송환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엇갈린 시선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재외국민안전대책단은 캄보디아 현지 활동 후 귀국하며 송환 업무를 위해 캄보디아 의원들을 만나 설득했고, '코리안 데스크' 설치를 강력히 요청해 긍정적인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황명선 최고위원은 "이분들은 폭력·감금의 피해자이자 우리 국민에게 사이버 범죄를 하는 가해자 신분"이라며 이중적 관점을 제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가 "피해자 구조가 급한 상황에서 이재명 정권은 성과 홍보를 앞세워 피의자부터 데려오는 '청개구리식 대응'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국민 상식에 맞는 대응이라면 피해자부터 구출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시급하지 않은 성과 포장이 아닌 실질적 조치를 촉구했다. 이처럼 정치권의 공방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범죄 해결을 넘어선, 재외국민 보호와 범죄자 처벌이라는 복합적인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범죄의 뿌리를 찾아서: 해외 범죄 거점화의 그림자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 범죄의 심각성은 단순히 개인적인 일탈로 치부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고수익이라는 미끼를 통해 젊은이들을 유혹하고, 일단 현지에 도착하면 여권 압수, 감금, 폭행 등으로 탈출을 원천 봉쇄하는 범죄 조직의 치밀함은 놀라울 따름이다. '돌아가봤자 처벌받을 것'이라는 생각에 귀국을 꺼렸다는 일부의 증언은, 이미 이들이 심리적으로도 범죄의 늪에 깊이 빠져들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이러한 해외 범죄 거점화 현상이 캄보디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유사한 형태의 온라인 사기 단지가 성행하고 있으며, 한국인들이 주요 타겟이자 동시에 범죄 조직의 일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취업난, 경제적 어려움 등이 해외의 검은 유혹과 결합될 때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섬뜩한 현실이다. 글쎄요, 어쩌면 이들은 우리 사회가 미처 돌보지 못했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이들이었을지도 모른다. 희망 없는 현실 속에서 한 줄기 빛이라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렸다가, 그 빛이 사실은 더욱 깊은 어둠으로 이끄는 유혹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을 때의 절망감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범죄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물론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단순히 '악한 범죄자'로만 낙인찍기보다는, 그들이 왜 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사회 구조적 분석과 성찰이 동반되어야만, 이러한 비극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 사건은 우리 사회의 '그림자 경제'와 해외 범죄의 연관성을 심각하게 되짚어보게 한다.
경각심을 넘어선 사회적 책임: 비극의 고리를 끊는 지혜
이번 캄보디아 한국인 64명의 송환은 일회성 사건으로 끝나서는 안 될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 사건은 해외를 거점으로 한 온라인 사기 범죄의 증가 추세와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 방안을 근본적으로 재고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우선, 국제 공조 강화는 필수적이다.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활동하는 범죄 조직에 대한 정보 공유 및 합동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 '코리안 데스크'와 같은 현지 대응 체계를 더욱 확고히 구축하여, 피해 예방 및 신속한 구출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들이 이러한 해외 범죄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예방 교육과 홍보 강화이다. '고수익'이라는 달콤한 말 뒤에 숨겨진 위험성을 명확히 알리고, 해외 취업 시에는 반드시 정부나 공신력 있는 기관의 정보를 활용하도록 안내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젊은 세대에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보다는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하는 가치'를 더욱 강조하고, 그 노력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비극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단순히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 사건은 우리에게 재외국민 보호와 강력 범죄 척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던져주었다. 이는 정부 당국만의 과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나가야 할 공동의 책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잇. - KNOW IT. 세 줄 요약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 혐의 한국인 64명이 전세기로 송환, 인천공항에서 수갑 찬 채 압송됐다. 이들은 고수익 미끼에 유혹된 피의자이자 범죄 단지의 피해자라는 복합적 신분으로, 마약 검사 등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다. 정치권은 송환 과정과 우선순위를 두고 공방을 벌였으며, 이번 사건은 해외 범죄 거점화 및 젊은 세대 유혹에 대한 근본적인 사회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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