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 'AI 시대 전력 전쟁' 선봉장으로 우뚝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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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학의 꽃' 가스터빈, 불가능에 도전한 대한민국
항공기 제트엔진의 심장이라 불리는 터빈 블레이드, 그 고도화된 기술이 지상 발전소용으로 확장된 것이 바로 가스터빈이다. 이 가스터빈 기술은 오랫동안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소수 국가만이 점유한 ‘철옹성’ 같은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우리나라는 2013년, 정부와 두산에너빌리티가 각각 600여억 원과 1조 원을 투자하며 이 난공불락의 기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음은 물론이다. 수백 개의 블레이드가 섭씨 1500도가 넘는 고온의 연소 가스 속에서 1분에 1만 번 넘게 회전하는 극한의 환경을 견디려면, 블레이드 내부에 미세한 냉각 통로를 뚫는 첨단 냉각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존 방식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이 복잡하고 정교한 구조를 3D 프린팅 기술로 해결하면서, 마침내 2019년, ‘메이드 인 코리아’ 가스터빈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불가능해 보였던 기술 독립을 이뤄낸, 그야말로 괄목할 만한 쾌거라 할 수 있다.
기술 독립 넘어선 경제적 파급효과, '탈(脫) 해외 의존' 시대 개막
과거 우리 건설사들은 중동과 동남아에서 수조 원 규모의 발전소 프로젝트를 수주하고도 속앓이를 해야 했다. 발전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가스터빈을 전량 미국 GE,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 등 해외 기업에서 수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공사비의 20~30%가량이 외국 기업의 몫으로 돌아갔고, 부품 교체나 유지·보수 시에는 이들이 부르는 것이 곧 가격이 되는 구조였다. 심지어 보안상의 이유로 우리 기술진의 접근을 차단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기술 주권의 부재는 우리 기업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두산에너빌리티의 국산 가스터빈 개발 성공은 이러한 종속적인 관계를 단번에 뒤집는 전환점이 되었다. 단순한 기술 독립을 넘어, 수만 개의 관련 부품을 국산화해 온 340여 개 국내 중소·중견 협력업체들과의 동반 성장을 이끌어내며 경제 전반에 걸친 파급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써 내려간 집념의 드라마이며, K-에너지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AI 시대의 핵심 전략 자산, 미국 시장 첫 수출 쾌거
오늘날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단순히 산업 지형을 바꾸는 것을 넘어, '전력 전쟁'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AI 반도체가 미래 산업의 두뇌 역할을 한다면, 이 막대한 두뇌를 가동시키는 에너지는 심장과도 같다. 안정적인 전력 생산은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 되었으며, 가스터빈 기술은 반도체에 버금가는 전략적 자산으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의 발전용 가스터빈이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시장에 처음으로 수출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의 AI 기업 xAI의 데이터센터에 납품될 것으로 알려진 이번 계약은 국내 기술력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는 단지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을 넘어, 급성장하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물론, 빠른 납기 경쟁력 또한 이번 수출의 주효한 원인으로 작용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시가총액 5위 도약! 가스터빈 수출이 견인한 '두산에너빌리티'의 질주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 미국 수출 소식은 국내 증시에서도 '역대급 강세장'의 승자로 급부상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달 들어 주가가 32% 이상 급등하며 연일 52주 신고가를 경신, 8만 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달 말 10위권에 머물던 시가총액 순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제치고 단숨에 5위로 껑충 뛰어올랐으며, 시총 규모는 40조 원대에서 53조 원으로 불어났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약이 해외 첫 수출이자, AI 데이터센터 분야 진입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빠른 배치와 납기가 중요한 '브릿지 전원' 특성상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쟁력이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이번 2기 수주 외에도 복수의 빅테크 기업들과 8기 이상의 추가 가스터빈 공급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올해 말에서 내년 중 추가 수주 가시화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최규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마진 성장 사업인 대형 원전, 소형모듈 원전(SMR), 그리고 가스터빈 등 수주 잔액 믹스 개선으로 하반기에도 양호한 실적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에너지의 비전: 반도체 신화 이을 새로운 성장 동력
대한민국은 이미 AI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런데 AI 시대가 요구하는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K-에너지' 기술 또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고 있음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가스터빈 기술뿐만 아니라 AI가 쓸 전기를 효율적으로 송배전하는 변압기 기술 역시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핵심 역량이라 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 기술 독립과 성공적인 해외 시장 진출은 단순한 기업의 성과를 넘어, 대한민국이 에너지 강국으로서 새로운 위상을 정립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이는 에너지 안보 강화는 물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K-에너지'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결정적인 동력이 될 것이다. 반도체 신화에 이어, 이제는 'K-에너지'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써 내려갈 차례이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리라 기대한다.
노잇. - KNOW IT. 세 줄 요약
한국이 2019년 독자 개발에 성공한 가스터빈 기술이 AI 시대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일론 머스크의 AI 기업 xAI 데이터센터에 가스터빈을 처음으로 수출하는 쾌거를 이루었으며, 이는 기업의 시가총액을 급등시키고 추가 수주 기대감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반도체 신화에 이어 K-에너지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미래 먹거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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