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여름, 일본은 전례 없는 기후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인 폭염과 함께 좀처럼 해갈되지 않는 가뭄은 미야기현을 비롯해 후쿠이현, 효고현 등 일본 열도 전역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단순히 기온이 오르고 비가 오지 않는 것을 넘어, 이는 농업과 생활용수 등 사회 전반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며 평범했던 일상마저 뒤흔드는 현실이 되었다. 후쿠이 지방 기상대에 따르면, 지난 7월 후쿠이현 내 10개 관측 지점 모두 월평균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4개 지점에서는 역대 가장 적은 강수량을 보였다고 한다. 미야기현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아, 댐 저수율이 극단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마치 타는 목마름처럼 계속되는 물 부족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으며, 이는 기후 변화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우리에게 닥친 엄연한 현실임을 보여준다. 이렇듯 예측 불가능한 기후 패턴은 일본 사회의 근본적인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고, 전문가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벼랑 끝 농가,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

이번 가뭄과 폭염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단연 농가이다. 특히 수확기를 앞둔 벼농사는 그야말로 비상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7월 하순에서 8월 상순은 벼가 이삭을 내는 출수기로, 이때 물 공급은 벼의 생장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물이 부족하여 평소처럼 물을 사용할 경우, 8월 말에는 댐 바닥이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농민들은 강도 높은 절수를 강요당하고 있다. 효고현의 경우, 시소시 치쿠사강 수계의 카모가와 댐과 오댐의 저수율이 각각 28.8%, 39%까지 떨어져 벼와 노지 채소에 물 부족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수확량과 품질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후쿠이현에서도 마찬가지로, 미라이스 쓰루가 케이 농업 법인의 경우 두 곳의 저수지 물을 펌프로 퍼 올려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버텨냈지만, 조생종인 하나에치젠 품종의 약 10%가 말라죽는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이는 30년 만에 겪는 극심한 가뭄이라고 농민들은 입을 모은다. 농민들은 물을 아끼기 위해 논에 물을 대지 않는 날을 번갈아 지정하거나, 한번 사용한 물을 다시 활용하는 등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임시방편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농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바닥 드러낸 댐들, 각 지자체의 긴급 대응

일본 각지의 댐들은 이번 가뭄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가 되고 있다. 미야기현 쿠리코마시의 쿠리코마 댐은 저수율이 1%대까지 떨어졌다가 주말 비로 0%는 겨우 면했지만, 8월 11일 기준 여전히 8%대에 머물고 있다. 오사키시의 나루코 댐은 14일 연속 0%라는 충격적인 기록을 이어가며 바닥을 드러낸 흉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야기현 내 국공립 댐 20곳 중 7곳의 저수율이 30% 아래로 떨어져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다. 이에 미야기현은 논에 물을 순서대로 공급하는 ‘반수’(番水) 방식을 도입하고, 오사키 광역 수도사무소로부터 물을 공급받는 10개 시정촌에 절수 협력을 요청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후쿠이현 역시 7월 24일 가뭄 관련 정보 공유 연락 회의를 설치하고 ‘초기 경계 태세’로 전환했다. 히로노 댐은 저수율이 32.1%로 평년의 30% 미만에 불과하며, 마스타니 댐과 오츠로 댐 또한 평년의 절반 수준에 머무는 등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다. 효고현에서는 JA그룹 효고가 현청을 방문해 펌프 및 호스 설치 지원, 농업 보급 지도원 수자원 관리 지도, 피해 농가 지원 강화를 요구하는 긴급 요청서를 제출했고, 이에 대해 사이토 모토히코 지사는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신속한 조치를 약속했다. 이처럼 각 지자체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물 부족 사태에 맞서고 있지만, 광범위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개별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기후 위기의 경고: 물 관리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번 일본의 가뭄과 폭염 사태는 단순히 한두 해의 이상 기후 현상으로 치부할 수 없는,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심각한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과거에는 예측 가능했던 강수 패턴이 점차 불규칙해지고, 국지성 호우나 장기 가뭄처럼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이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이제는 근본적인 물 관리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댐을 더 짓거나 지하수를 개발하는 식의 공급 확대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며, 가뭄에 강한 작물 개발 등 농업 방식의 변화를 모색하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도시 계획 단계에서부터 물 순환 시스템을 고려하고, 빗물 활용을 의무화하는 등 사회 전반의 물 소비 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기후 위기 시대에는 더 이상 물을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미래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삶의 터전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물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더욱 현명하게 관리하고 아껴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번 사태는 강력히 시사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 지속 가능한 물 안보를 향하여

일본 전역을 덮친 가뭄과 폭염은 현재의 위기이자 미래를 위한 값비싼 교훈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농가, 그리고 국민 모두의 유기적인 협력이 절실하다. 단기적인 긴급 대책을 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물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종합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수자원 관리 시스템 개발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농업 기술 혁신 및 품종 개량 ▲첨단 기술을 활용한 물 사용량 예측 및 최적화 ▲국민들의 물 절약 의식 함양과 참여 유도 ▲그리고 지역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물 관리 계획 수립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물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고,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은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자원이며, 그 공급이 불안정해진다는 것은 곧 사회 전체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이 순간부터 기후 변화의 현실을 직시하고, 물을 지키기 위한 전 사회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래의 일본이 물 부족으로 고통받지 않도록, 지금 바로 행동할 때이다.

노잇. - KNOW IT. 세 줄 요약

2025년 여름, 일본은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미야기, 후쿠이, 효고 등 전국적으로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다. 댐 저수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며 벼농사를 비롯한 농업 분야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각 지자체는 긴급 절수 및 지원 대책을 마련하며 총력 대응 중이다. 이번 사태는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현실적 위기를 보여주며, 지속 가능한 물 관리 시스템과 전 사회적인 물 절약 노력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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