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정가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 겸 자민당 총재를 둘러싼 격랑에 휩싸여 있다.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며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시바 총리는 "비교 제1당으로서의 책임"과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수도 직하형 지진에 대한 대비"를 이유로 들며 퇴진을 거부하고 계속해서 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이시바 총리의 고집스러운 태도는 당 안팎에서 거센 비판과 함께 자민당 현 연합으로부터 줄을 잇는 사퇴 요구를 불러왔다. 특히 총재 선거에서 경쟁했던 모테기 도시미쓰와 다카이치 사나에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현 연합들이 이시바 총리의 사퇴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결국 이시바 총리는 미일 관세 협상 타결 이후에도 자진 사퇴의 적절한 시기를 완전히 놓치며 고립을 자초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는 단순히 선거 패배를 넘어, 정권 운영의 난맥상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정치적 리더십의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과연 이시바 정권이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포퓰리즘에 맞선다는 이시바 총리의 굳건한 의지

이시바 총리가 연이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총리직을 지키려는 배경에는 "이 나라를 망치고 싶지 않다"는 강한 신념과 함께 포퓰리즘에 대한 대항심리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주변에 "대신 누가 총리가 되어야 하는가?"라며 자신을 향한 퇴진 압박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특히 "일본인 우선"을 내세운 참정당과 "실질 소득 증가"를 주장한 국민민주당의 약진을 "원 프레이즈 정치"에 기반한 포퓰리즘으로 간주하며, "편리한 선동으로 이 나라가 좋아질 리 없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그를 더욱 강경한 입장으로 이끄는 주된 요인인 듯하다. 또한, 미일 관세 협상 타결 후의 국내 대책 마련이나 쌀 증산을 위한 농정 개혁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주위에 "이대로 후세에 책임을 질 수 있겠는가? 할 말을 하지 않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며, 소비세 인하 등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회보장 재원 논의와 함께 국회에서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의 이러한 태도는 굽힘 없는 소신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현실적인 정치적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보다는 자신의 신념에 갇혀 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하야론의 속내: 야당 견제를 위한 고도의 정치 전략

자민당 내부에서 터져 나온 "하야론"은 단순히 이시바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고도의 정치적 전략적 함의를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참의원 선거 참패 이틀 후인 지난 7월 22일, 이른바 "육인조"라 불리는 자민당의 사토 쓰토무, 후루카와 요시히사, 사이토 겐, 미노카와 노부히데, 하기우다 고이치(기하라는 이날 불참) 등 주요 인사들이 모여 하야론까지 거론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의 하야론은 사실 야당에 대한 견제가 주된 목적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즉, 자민당이 총리직을 잃고 야당으로 전락하면 당이 자멸할 수 있으며, 야당이 총리 지명 선거에서 단결하지 못하는 한 다음 자민당 총재가 총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역이용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의도는 소수 여당으로서 야당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자민당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집중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나아가 일본 유신회나 국민민주당 등 야당이 먼저 자민당에 협력을 구하도록 공을 넘기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사토 쓰토무 의원이 모리야마 히로시 간사장에게 이시바 총리와 함께 지도부의 하야를 요구했을 때, 모리야마 간사장이 자신의 진퇴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하야론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피한 것도 이러한 복잡한 역학 관계를 시사한다. 결국 하야론은 이시바 총리를 압박하는 동시에, 다가올 정국에서 자민당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치밀한 포석인 셈이다.

난맥상 속의 출구 모색: 정치 자금 개혁과 민심의 괴리

이시바 총리가 참의원 선거 대패 후 당내에서 쏟아지는 "해체적 재정비" 요구에 대한 출구 전략으로 내세운 것은 다름 아닌 정치 자금 제도 개혁이다. 그는 지난 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와의 답변을 통해 기업·단체 헌금을 정당 본부나 도도부현 지부 등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여야 협의를 진행할 뜻을 내비쳤다. 측근들은 이를 "열린 자민당으로 변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며, 나아가 소선거구제 개편을 포함한 선거 제도 개혁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 의지에 대해 정권 내부에서도 "지금 와서 당 쇄신을 위해 노력하겠다니 너무 늦다"는 냉소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더욱이 이시바 총리를 오랫동안 지탱해왔던 모리야마 유 간사장마저 이달 말 참의원 선거 총괄 발표 후 사임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이시바 총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자민당 내의 퇴진 압박과는 달리 지난 8월 NHK 등 여론조사에서는 내각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점이 이시바 총리에게는 한 줄기 희망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편적인 지표일 뿐, 취임 이후 치러진 중의원 및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모두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는 현실이야말로 진정한 민심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시바 총리 자신도 "정권 운영이 이렇게나 힘들 줄이야. 할 수 있는 데까지 할 수밖에 없다"고 중얼거릴 정도로 녹록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오봉 연휴’ 이후의 정국: 일본 증시에 드리운 불확실성

일본 증시는 지난주 미 증시 강세에 힘입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도입을 외치던 지난 4월의 비관주의가 차츰 누그러지고, '트럼프는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이달 12일 기한이었던 미·중 관세 인상 중단 조치가 90일 추가 연장되면서 증시 상승에 불을 지폈다. 미일 관세 협상에서도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담당상이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성공하며 예상보다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낸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유럽연합과 한국도 비슷한 조건으로 미국과의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피해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낙관론 뒤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오봉 연휴' 이후의 일본 정국은 이시바 정권의 운명과 맞물려 일본 증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9월에는 자민당 임시 총재 선거가 유력하며, 그전에 이시바 총리의 퇴진 발표가 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즉, 정치적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경제 회복의 모멘텀 역시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불안정한 정치 상황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 시장 참가자들은 일본 정치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잇. - KNOW IT. 세 줄 요약

이시바 총리는 참의원 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직을 유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는 포퓰리즘에 대한 저항이자 자신의 정책적 능력을 신뢰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민당 내부의 하야론은 총리 퇴진 압박과 함께 야당 견제를 위한 고도의 정치 전략으로 분석되며, 9월 자민당 임시 총재 선거 가능성과 맞물려 일본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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