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대구 엑스코에서 펼쳐진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는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중요한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열기만큼이나 뜨거운 내부 갈등으로 점철된 현장이었습니다. 대한민국 보수 정치의 심장부라 불리는 대구·경북에서조차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해묵은 논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부상하며, 참석한 당원들과 지지자들 사이의 깊은 감정의 골을 여과 없이 드러냈죠. 연설회 시작 전부터 찬반 진영의 지지자들은 각자의 목소리를 높였고, 후보들의 정견 발표 중에도 날 선 비판과 고성이 오가는 등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이념적 스펙트럼의 차이를 넘어, 당의 정체성과 미래 방향성을 둘러싼 뿌리 깊은 고민과 불안이 보수 지지층 내부에 만연해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대구·경북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에서 이토록 격렬한 대립이 벌어졌다는 사실은, 국민의힘이 당면한 위기가 특정 계층이나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닌, 당 전체를 관통하는 본질적인 문제임을 시사합니다. 과연 국민의힘은 이러한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구심점을 찾고,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요? 이번 전당대회는 단순한 리더십 교체를 넘어, 당의 생존을 가늠하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 어게인'과 '탈 윤석열', 엇갈린 보수 재건의 청사진

이번 전당대회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 대립각은 바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었습니다. 이른바 '탄핵 반대파'로 분류되는 후보들은 현 상황의 책임을 이재명 정부와 야당에 돌리며, 당의 단합과 강력한 대여 투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장동혁 후보는 "스스로 탄핵의 문을 열어줬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탄핵을 반대했던 당원들을 향해 극우다, 혁신의 대상이다, 큰소리를 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여전히 싸우지 않고 윤 전 대통령 탓만 하고 있다"는 날선 지적을 가했습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이 부당하게 구속되고 인권유린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내란 세력으로 몰릴까 봐' 절연만 반복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보수 결집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민주당을 해산해야 할지, 국민의힘을 해산해야 할지 이재명 대통령에게 공개 끝장 토론을 제안한다"는 파격적인 발언으로 주목받으며, 반미, 친북, 극좌, 반기업, 부패 세력과의 투쟁을 역설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윤 전 대통령과의 '연대'를 통해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고, '윤심'을 중심으로 당을 재건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이는 보수 진영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친윤' 기조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배신자' 낙인과 '음모론' 비판, 극단의 줄다리기

반면, 당의 혁신과 외연 확장을 주장하는 '탄핵 찬성파' 후보들은 현 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찾으며, 과감한 '절연'을 촉구했습니다. 조경태 후보는 "탄핵을 반대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고 '윤 어게인'을 부르짖을수록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고 비판하며, "부정선거 음모론자를 걷어내지 못하고 해당 행위를 일삼는 훼방꾼들을 몰아내지 않고서는 국민의힘의 미래는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가 국민들이 당에 준 "마지막 기회"일 수 있음을 강조하며, 뼈를 깎는 자기반성을 요구했습니다. 안철수 후보 역시 "계엄에 찬성하고 '윤 어게인'을 신봉하는 분들이 '당원 표쯤 쉽게 모을 수 있다', '우리가 당을 접수해서 당을 움직이면 된다'는 거짓 나팔수들에 빌붙어 있다"고 날 선 비판을 가하며, "극단주의자들이 무슨 짓을 해도, 대구, 경북은 밀어준다’는 이 속내를, 이번 전당대회에서 반드시 심판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윤 전 대통령과의 선 긋기를 통해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보수 진영의 뿌리 깊은 갈등이 단순한 노선 차이를 넘어, 당의 생존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견해차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전한길 사태, '아스팔트 극우'의 그림자와 당의 민낯

이처럼 격렬한 내부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 씨의 전당대회 현장 방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습니다. 기자석에 앉아 '탄핵 찬성' 후보의 정견 발표 도중 "배신자"라고 고성을 지르고, 심지어 청중들의 동조를 유도하며 연설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그의 행동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소위 '아스팔트 극우'로 불리는 강성 보수 지지층이 당의 공식적인 행사마저 좌우할 수 있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불편한 진실이었습니다.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가 전 씨를 향해 "저기 나와 있는 전한길 씨 같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저런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나"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은, 당내에서도 이러한 극단적 세력과의 단절을 모색하는 목소리가 존재함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연설 도중 터져 나온 "배신자" 외침과 그에 동조하는 당원들의 모습은, 국민의힘이 단순히 외연 확장을 통한 중도화뿐만 아니라, 내부 핵심 지지층의 '극단화'를 어떻게 제어하고 '합리적인 보수'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더 근본적이고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당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극단적 이미지에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갈등의 소용돌이 속, 국민의힘의 미래는 어디로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드러난 '찬탄'과 '반탄'의 충돌, 그리고 '윤 어게인' 대 '절연'의 대립은 단순히 당 대표를 뽑는 과정을 넘어, 당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둘러싼 치열한 내부 투쟁의 장이었습니다. 특정 유튜버의 노골적인 선동과 이에 동조하는 당원들의 모습은, 국민의힘이 직면한 대중적 이미지와 혁신의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죠. 이러한 깊은 내부 갈등은 현재 10%대에 머무는 당 지지율과 무관하지 않으며, 국민적 신뢰 회복이라는 중대한 과제 앞에서 당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방증합니다. 만약 국민의힘이 이러한 내부 갈등을 효과적으로 봉합하고 대통합의 길을 모색하지 못한다면, 지지율 하락은 물론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격렬한 논쟁의 과정을 통해 당이 스스로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진정한 혁신의 길을 찾을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굴레에 갇히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용기와 결단일 것입니다. 국민의힘이 과연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번 전당대회의 결과가 향후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우리는 숨죽여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복잡한 방정식의 해답은 결국 국민의 선택과 당의 현명한 리더십에 달려 있습니다.

노잇. - KNOW IT. 세 줄 요약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반을 둘러싼 '찬탄'과 '반탄' 파의 격렬한 충돌로 얼룩졌다. 특정 유튜버의 선동과 내부 분열은 당의 낮은 지지율과 맞물려 혁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당의 미래에 대한 중대한 기로에 서 있음을 보여주었다. 국민의힘이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통합의 길을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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