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지방선거를 뜨겁게 달구었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 마침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으며 5년 7개월간의 길고 긴 법정 공방에 종지부를 찍었다.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를 완전히 벗게 되었다. 이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유무죄를 넘어,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가 송철호 전 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시작되어 정국을 뒤흔들었던 메가톤급 정치 사건이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현 여당 국민의힘은 이 사건을 청와대의 하명 수사이자 노골적인 선거 개입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해왔고, 검찰 또한 관련자들을 대거 재판에 넘기며 엄정한 사법 처리를 예고했다. 하지만 사법부는 검찰의 기소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최종적으로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사법적 판단을 넘어, 우리 사회에서 끊이지 않는 정치 수사의 본질과 사법부의 역할, 그리고 정치적 공방의 합당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이토록 긴 시간 동안 진행된 재판과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정당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누군가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소모전이었을까.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이번 대법원 판결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심도 있게 살펴보아야 할 때이다. 이번 판결은 향후 유사한 정치적 의혹들이 제기될 때마다 사법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해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의 불씨, 사건의 복잡한 쟁점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사건으로, 당시 현직 김기현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청와대의 하명 수사 의혹과 이에 따른 송철호 전 시장의 당선 개입 논란이 핵심 내용이었다. 검찰은 2017년 9월, 송 전 시장이 당시 울산경찰청장이던 황운하 의원에게 김기현 시장 관련 비위 수사를 청탁했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이 비위 첩보를 황 청장에게 하달하면서 수사가 본격화되었다고 보았다. 특히 황운하 전 청장은 청와대로부터 받은 첩보를 근거로 김기현 시장에 대한 수사를 지시하고, 청와대에 20여 차례에 걸쳐 수사 상황을 보고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또한, 김기현 시장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일부 경찰관들을 부당하게 전보 조치했다는 직권남용 혐의까지 더해졌다. 이 사건은 단순히 지방선거 개입 문제를 넘어, 당시 여권 핵심부의 조직적 개입 의혹으로 비화하며 정권을 향한 대대적인 공세의 빌미를 제공했다. 검찰은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대거 기소했으며, 이는 문재인 정부의 정당성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 사건은 시작부터 법리적 판단을 넘어선 정치적 파장을 예고했으며, 그 결과는 한국 정치의 미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엇갈린 사법적 시선: 1심과 2심, 그리고 윤 모 씨 진술의 그림자

이 사건은 1심과 2심에서 상이한 판단을 받으며 재판 과정 내내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2023년 11월, 1심 재판부는 약 4년의 심리 끝에 송철호 전 시장과 황운하 의원에게 각각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며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당시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불과 3개월 뒤인 2025년 2월, 서울고등법원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극명하게 달랐다. 2심은 범죄 혐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힘들다며 송 전 시장과 황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다른 주요 피고인들 역시 무죄가 유지되었다. 2심 판결을 가른 결정적인 요소는 핵심 증인의 진술 신빙성 문제였다. 송 전 시장이 황 의원에게 김기현 전 시장 관련 수사를 청탁했다는 유일한 직접 증거로 제시된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정책위원장 출신 윤 모 씨의 증언이 핵심 쟁점이었다. 2심 재판부는 윤 씨의 검찰 수사보고서에 자필 서명이나 날인이 없어 증거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윤 씨가 핵심 증인임에도 2심 재판부의 세 차례 증인 소환에 불응한 점, 그리고 그가 송 전 시장에 대한 배신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 등이 진술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심은 검찰의 증거가 명확하지 않으며, 특정 증언에만 의존해서는 유죄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형사법 대원칙에 따라 신중한 입장을 취한 것이다. 다만,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자료 유출로 인한 선거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복잡한 증거 관계와 증인의 태도 변화가 재판의 방향을 완전히 뒤바꾸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과 정치권의 상반된 반응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4일 오전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 등에 대한 상고심 선고 기일을 열고 원심의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오해를 미친 잘못이 없다고 분명히 밝히며 검사와 피고인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이는 사실상 2심의 무죄 판단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최종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5년 7개월간 이어진 이들의 법적 다툼은 이로써 완전히 매듭지어졌다. 이 판결 직후 정치권은 극명하게 상반된 반응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사필귀정이라며 대법원의 판결을 적극적으로 환영하였다. 박지혜 대변인은 지금까지 내란수괴 윤석열은 총력을 다해 검찰권을 남용했지만, 결국 진실을 이기지 못했다고 맹렬히 비판하며 이번 사건을 공작 수사로 규정하고 공작 수사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윤건영 의원 역시 문재인 대통령을 잡기 위해 사돈의 친척까지 조사하고, 전 사위의 칠순 노모까지 괴롭히던 그 치열함은 선택적 치열함이었나라며 검찰의 과거 수사 행태를 강하게 비난했다. 황운하 의원 또한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조작 수사이자 보복 기소임이 명명백백해졌다며, 검찰권을 남용해 없는 죄를 만들고, 죄를 덮어버리는 검찰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 하기 위해 철저한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현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판결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등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야당의 강도 높은 비판이 현 정부의 검찰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번 판결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앞으로 정치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더욱 강화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정치 수사의 긴 그림자, 그리고 사법부의 역할에 대한 숙고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대법원 무죄 확정은 단순히 몇몇 인물의 유무죄를 넘어 우리 사법 시스템과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딜레마를 다시금 되짚어 보게 한다. 이토록 오랜 기간 끌어온 재판이었고,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원의 판단이 단계별로 엇갈렸다는 점은 이 사건이 얼마나 복잡한 쟁점을 내포하고 있었으며, 사법부 내부에서도 법리적 해석이 쉽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특히, 핵심 증언의 신빙성 부족을 이유로 2심과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사법부의 신중하고 보수적인 접근은 자칫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민감한 사건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려는 노력의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정치 수사가 우리 사회에 가져오는 사회적 비용과 국민적 피로감은 상당하다. 수년간의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물론, 관련 기관과 국민 모두가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리게 되며, 이는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불신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 검찰은 국가의 형사 사법권을 대표하며 공정한 수사를 통해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닌다. 그러나 때로는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기획 수사 또는 표적 수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판결은 검찰이 정치적 사건을 다룰 때 더욱 엄격하고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해야 하며, 정치적 해석이나 의도가 개입될 여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준엄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어쩌면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정치적 갈등을 사법적 절차로 해결하려는 경향에서 벗어나, 건강한 정치적 논쟁과 타협의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촉구하는 것은 아닐까. 진정한 사필귀정은 법정 밖에서 정치적 신뢰를 회복하고, 상호 존중과 책임감 있는 행동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이 사건의 최종 판결이 단순한 법적 결론을 넘어, 한국 정치와 사법 시스템의 성숙을 위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노잇. - KNOW IT. 세 줄 요약

오랜 논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의원의 대법원 무죄 확정으로 최종 매듭지어졌다. 검찰의 공작 수사라는 야당의 강한 비판 속에서 사법부의 신중한 판단이 돋보이는 판결이다. 이번 판결은 향후 검찰 개혁과 정치적 수사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쟁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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