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6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화려한 막이 올랐지만, 모든 팀이 희비가 엇갈린 출발을 보여주었다. 특히 많은 기대를 모았던 첼시에게 개막전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스탬포드 브릿지의 악몽'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홈경기에서 0-0 무승부라는 예상 밖의 결과를 받아들였다. FA컵 챔피언이자 며칠 전 리버풀을 꺾고 슈퍼컵을 거머쥔 크리스탈 팰리스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새 시즌 야심 찬 행보를 예고했던 첼시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경기는 시종일관 첼시가 볼 점유율을 압도하며 주도하는 양상이었다. 통계만 놓고 보면 첼시가 무려 7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팰리스를 맹렬히 몰아붙였다. 슈팅 숫자 역시 19대 12로 첼시가 우위였으며, 코너킥은 11대 2로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던 첼시의 공격은 팰리스의 견고한 수비벽에 번번이 막히고 말았다. 마치 잘 짜여진 거미줄처럼 촘촘하고 끈끈했던 팰리스의 수비진은 첼시의 맹공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프리시즌 동안 조직력을 다지고 새로운 전술을 연마했을 첼시에게는 뼈아픈 결과일 수밖에 없다. 물론 시즌은 길고, 첫 경기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새롭게 출범하는 시즌의 첫 단추를 무승부로 꿰었다는 점에서, 첼시와 엔조 마레스카 감독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VAR 논란과 첼시의 공격 숙제

이날 경기의 가장 큰 논란거리는 단연 비디오 판독 시스템, VAR이었다. 전반 16분, 크리스탈 팰리스의 에제(Eze)가 강력한 슈팅으로 첼시의 골망을 흔들었을 때만 해도 스탬포드 브릿지의 첼시 팬들은 일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원정팀 서포터들은 환호성을 질렀을 것이다. 하지만 주심은 VAR 심판진과의 교신 끝에 팔래스의 득점을 취소한다. 카이세도(Caicedo)에 대한 귀히(Guehi)의 파울이 있었다는 판정이었다. 이를 두고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VAR이 명백한 오심을 바로잡는 순기능이 있지만, 때로는 경기의 흐름을 끊고 논란을 더 키우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날의 VAR 판정은 첼시를 패배의 위기에서 구해냈지만, 동시에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이다. 첼시는 VAR의 도움으로 실점을 면했지만, 득점에도 실패했다. 공격진의 부진은 첼시가 개막전에서 드러낸 가장 큰 문제점이다. 주앙 페드로, 팔머, 기튼스, 네토로 이어진 공격 라인은 수많은 슈팅을 날렸지만, 위협적인 장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었다. 후반전에 리암 델랍, 에스테반 윌리안, 안드레이 산투스 등 교체 선수들을 투입하며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했지만, 단단한 팰리스의 수비는 끝내 뚫어내지 못했다. 이것은 비단 선수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 팀 전체의 공격 전술과 마무리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첼시는 분명 막대한 이적료를 지출하며 스타 플레이어들을 영입했지만, 아직 이들이 하나의 팀으로서 시너지를 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마레스카 감독의 현실적인 시각과 팀의 과제

경기 후 엔조 마레스카 첼시 감독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실망했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미 예상했던 어려운 경기였다는 것이다. 그는 크리스탈 팰리스가 이미 7~8차례의 프리시즌 경기를 치렀고, 심지어 두 번의 컵대회 우승까지 차지하며 완벽한 준비를 마쳤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첼시는 단 두 번의 친선 경기로 새 시즌을 맞이해야 했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한다. 감독의 이러한 발언은 패배에 대한 변명이라기보다는, 현재 팀의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프리시즌의 짧은 일정과 새로운 선수들의 적응 문제는 분명 첼시가 안고 있는 숙제다. 마레스카 감독은 일부 선수들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들의 노력에 만족감을 표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레비 콜윌의 부상 이후 수비수 보강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하며 이적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을 남기기도 했다. 결국, 첼시는 올 시즌 수많은 새 얼굴과 함께 새로운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단순히 볼 점유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어낼 수 있는 창의성과 결정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마레스카 감독의 말처럼, 첼시는 아직 완성된 팀이 아니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만 비로소 강력한 챔피언십 컨텐더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엇갈린 개막전의 풍경: 포레스트의 쾌조의 출발

첼시의 아쉬운 무승부와는 대조적으로, 다른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는 희비가 엇갈리는 흥미로운 장면들이 연출되었다. 특히 지난 시즌 깜짝 활약을 펼쳤던 노팅엄 포레스트는 브렌트포드를 상대로 3-1이라는 인상적인 승리를 거두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양 팀 모두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지만, 경기 내용은 사뭇 달랐다. 포레스트는 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경기를 지배했다. 크리스 우드(Chris Wood)가 5분과 45+2분에 득점하며 멀티골을 기록했고, 댄 은도예(Dan Ndoye) 역시 한 골을 보태며 팀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후반 78분 브렌트포드의 이고르 티아고(Igor Thiago)가 한 골을 만회했지만, 승패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노팅엄 포레스트는 첼시와는 달리 초반부터 강력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홈 팬들에게 시원한 승리를 선사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프리미어리그의 매력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이름값 있는 빅클럽이라 할지라도 방심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 그리고 한 순간의 방심이 곧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바로 프리미어리그를 전 세계 축구 팬들이 사랑하는 이유일 것이다. 첼시의 무승부가 뼈아픈 반면, 노팅엄 포레스트의 승리는 새 시즌 리그 판도를 예측하기 더욱 어렵게 만들며 흥미진진한 시즌을 예고한다.

새로운 시즌, 첼시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과 인내

프리미어리그 2025-26 시즌은 이제 막 첫걸음을 떼었을 뿐이다. 첼시에게 이번 개막전 무승부는 분명 실망스러운 결과일 수 있지만,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는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 마레스카 감독이 언급했듯이, 첼시는 짧은 프리시즌과 대거 영입된 새로운 선수들로 인해 아직 팀으로서의 응집력을 완성하지 못했다. 이는 필연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며, 팬들의 인내심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드러난 공격의 답답함은 분명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단순히 많은 슈팅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상대의 수비 블록을 허물고 득점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날카로운 움직임과 창의적인 패스워크가 필요하다. 동시에 수비적인 안정감은 유지하면서도, 빌드업 과정에서 실수를 줄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첼시는 여전히 젊고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많으며, 이들이 마레스카 감독의 전술에 완벽히 녹아든다면 충분히 강력한 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긴 호흡으로 시즌을 바라보며, 매 경기 드러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선수들이 함께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경쟁은 치열하고, 팬들의 기대치는 높다. 하지만 첼시는 이 모든 부담감을 이겨내고 새로운 '블루스'의 시대를 열어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개막전의 무승부는 단지 긴 여정의 시작일 뿐이다.

노잇. - KNOW IT. 세 줄 요약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첼시가 크리스탈 팰리스와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아쉬운 출발을 보였다. 특히 팰리스의 득점이 VAR로 취소되는 등 논란의 여지도 있었지만, 마레스카 감독은 팀의 성장 과정을 강조하며 인내심을 주문한다. 새 시즌 첼시가 풀어야 할 공격의 숙제와 함께 다른 팀들의 희비가 엇갈린 개막전의 풍경을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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