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재능 중 한 명으로 기억되는 모니카 셀레스. 10대 시절 세계 테니스계를 평정하며 아홉 번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그녀의 이름 앞에는 늘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특히 만 19세가 되기 전 7개의 그랜드슬램을 따냈다는 사실은 그녀의 전성기가 얼마나 눈부셨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빛나는 트로피와 끊이지 않는 환호성 뒤에는 예상치 못한 시련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삶의 또 다른 '하드 리셋'에 직면하고 있음을 용기 있게 고백한다. 바로 '중증 근무력증(Myasthenia Gravis, MG)'이라는 희귀 자가면역 질환과의 싸움이다. 수년 전부터 셀레스는 코트 위에서 공이 두 개로 보이거나, 팔다리에 극심한 무력감을 느끼는 등 이상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고 밝힌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이라 치부할 수도 있었겠지만, 코트 위에서 완벽함을 추구했던 그녀에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신호들이었다. 마침내 3년 전, 중증 근무력증이라는 진단명을 받았을 때 그녀는 큰 충격에 빠졌다고 말한다. 이 질병은 신경과 근육의 신호 전달을 방해하여 전신 근육 약화를 유발하며, 환자의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코트 안팎에서 늘 한계를 뛰어넘었던 그녀에게, 이 질병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너무나 현실적인 새로운 상대가 된 것이다. 이제 모니카 셀레스는 테니스 코트가 아닌 삶의 무대에서, 또 다른 챔피언십 경기를 시작하고 있다. 그녀의 이번 고백은 단순한 투병 소식이 아니라, 역경 속에서도 삶을 긍정하고 재정의하려는 한 위대한 챔피언의 의지 표명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두 개의 공'이 보여준 경고: 중증 근무력증, 그 실체와 진단 과정

모니카 셀레스가 겪었던 '두 개의 공' 현상은 중증 근무력증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인 복시를 나타낸다. 이는 질환이 눈을 움직이는 근육에 영향을 미칠 때 발생한다. 그녀는 이외에도 머리를 말리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팔의 약화를 경험했으며, 다리에도 무력감이 찾아왔다고 토로한다. 중증 근무력증은 인구 100만 명당 150~200명에게 발생하는 희귀 질환으로,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신경과 근육이 만나는 부위인 신경근 접합부를 공격하여 근육 약화를 유발하는 만성 자가면역 질환이다. 국립 신경 질환 및 뇌졸중 연구소에 따르면 주로 40세 미만의 젊은 여성과 60세 이상의 남성에게서 흔히 발병하지만, 어린이를 포함한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 질환의 증상이 피로감처럼 모호하게 나타나거나, 증상의 강도가 주기적으로 변동하는 '단계적'으로 발현될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셀레스 역시 증상을 인지한 후 의사를 찾고 신경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전한다. 특히 2019년부터 2020년으로 이어지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의료 접근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을 터이다. 의사들은 뇌종양이나 운동 신경 질환 같은 치명적인 질병들을 먼저 배제하는 '역추적' 방식의 검사를 진행하며, 최종적으로 항체 검사를 통해 중증 근무력증을 확진한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항체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진단 과정은 더욱 복잡해지기도 한다. 셀레스는 자신이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이 질환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다며, 자신이 목소리를 내는 이유를 강조한다. 그녀의 고백은 중증 근무력증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고, 조기 진단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절실함을 역설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새로운 정상'을 찾아가는 여정: 삶의 혹독한 '리셋'과 적응의 미학

모니카 셀레스의 삶은 수많은 '하드 리셋'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이번 중증 근무력증 진단을, 젊은 시절 유고슬라비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언어와 가족 없이 새로운 삶을 시작했던 첫 번째 '하드 리셋'에 비유한다. 16세에 세계 1위가 되면서 찾아온 명성과 부, 관심은 또 다른 '리셋'을 요구했으며, 1993년 함부르크 테니스 대회 중 발생한 충격적인 칼부림 사건은 그녀에게 가장 혹독한 '거대한 리셋'이었다고 회고한다. 당시 그녀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 속에서 2년여의 공백기를 가진 후 1995년 US 오픈에서 극적으로 복귀하여 결승까지 진출하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그 과정에서 뉴욕 팬들의 따뜻한 환영은 그녀에게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았다고 말한다. 이제 중증 근무력증 진단은 그녀에게 네 번째 '리셋'이자, '새로운 정상(new normal)'을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겨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멘토링하는 젊은 선수들에게 늘 "공은 튀어 오르고, 너는 계속해서 적응해야 한다"고 말해왔다며, 이제 자신이 그 말을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 질환은 매일매일 다른 증상을 보이기에, 끊임없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그녀는 설명한다. 어떤 날은 테니스나 피클볼을 즐기며 반려견과 산책할 수 있지만, 어떤 날은 극심한 피로감과 근육 약화로 일상 자체가 힘들어지기도 한다. 세계적인 운동선수였던 그녀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일 수도 있지만, 셀레스는 과거의 시련들을 통해 얻은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 또한 삶의 한 과정으로 수용하고 있다. 그녀의 이러한 태도는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교훈을 전한다. 삶의 공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게 튀어 오르지만, 우리는 그에 맞춰 끊임없이 적응하며 나아가야 한다는 깊은 통찰이다.

테니스 코트 너머, 인식 개선을 위한 새로운 서브

모니카 셀레스는 자신의 질병 공개를 통해 단순히 개인적인 투병 사실을 알리는 것을 넘어, 중증 근무력증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하고자 한다. 그녀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면역학 회사 아르겐스(argenx)와 협력하여 'Go for Greater' 캠페인을 홍보하고 있다. 오는 US 오픈에 참석하여 이 캠페인 활동을 펼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중증 근무력증에 대해 알게 되고, 비슷한 증상을 겪는 이들이 조기에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녀의 목표이다. 은퇴 후에도 테니스에 대한 깊은 애정을 이어가고 있는 그녀는 후배 선수들을 멘토링하고, 경기를 꾸준히 시청하며 여성 테니스의 역동성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최근 윔블던 준결승 경기나 특정 선수의 활약, 그리고 예상치 못한 완패까지, 마치 현역 기자처럼 생생하게 경기를 분석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모습은 여전히 그녀가 테니스와 하나임을 보여준다. 특히 그녀는 베테랑 선수들의 복귀와 활약에 주목하며, 본인 또한 "전직 선수로서 경기를 보는 각도는 팬들이 보는 것과 다르다"고 말한다. 그녀는 과거 자신이 당했던 '베이글 스코어' 패배나 그랜드슬램 우승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기억하며, 이러한 경험들이 현재의 테니스 경기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언젠가 TV 해설가로서 새로운 지평을 열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크리스 에버트와 같은 선배 해설자의 깊이 있는 통찰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며, 젊은 세대에게 삶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챔피언의 품격, 삶의 모든 순간을 포용하는 자세

모니카 셀레스의 중증 근무력증 고백은 단순한 질병 투병기를 넘어선다. 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 앞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새로운 정상'을 찾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그녀의 삶은 이미 어린 시절 조국을 떠나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고, 예상치 못한 성공과 명성에 대처하며, 그리고 극심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리셋'을 경험했다. 그녀는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단련된 강인한 정신력과 유연한 사고방식을 이번 질병과의 싸움에도 적용하고 있다. "경기가 내 DNA의 일부이지만, 이제 나의 건강은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더 이상 과거의 영광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려는 챔피언의 품격이 느껴진다. 물론, 중증 근무력증은 만성 질환이기에 완치가 어렵고, 그녀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셀레스는 좌절하거나 숨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하려 한다. 질병 인식 개선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여전히 테니스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는 모습은 그녀가 스포츠 스타를 넘어 삶의 진정한 멘토이자 영감을 주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인생의 '하드 리셋'이 찾아왔을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모니카 셀레스는 말한다. "공은 튀어 오르고, 당신은 그저 적응해야 한다"고. 그녀의 용기 있는 고백은 역경 속에서도 삶을 긍정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깊은 울림을 전하며, 진정한 챔피언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그녀의 다음 '서브'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노잇. - KNOW IT. 세 줄 요약

테니스 전설 모니카 셀레스가 중증 근무력증 진단을 공개하며 새로운 삶의 도전에 직면한다. 그녀는 과거의 시련들처럼 이번 질병 또한 '하드 리셋'으로 받아들이며, 대중에게 질환 인식을 높이고자 노력한다. 그녀의 용기 있는 고백은 역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적응하고 나아가야 한다는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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