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육상 필드의 빛나는 별, 개비 토마스는 최근 파리 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거머쥐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0m와 릴레이 두 종목에서 최정상에 오르며 그녀는 팀 USA의 '메달 퀸'으로 등극하는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단순히 화려한 메달 빛깔로만 설명될 수 없다. 하버드에서 신경생물학과 지구 건강학을 전공한 수재이자 엘리트 운동선수로서의 삶을 병행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던 그녀의 학창 시절은 이미 남다른 인내심을 요구하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육상에 발을 들인 계기부터 올림픽의 꿈을 꾸게 된 과정까지, 그녀의 삶은 도전과 극복의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맞닥뜨린 예기치 못한 건강 문제는 그녀의 선수 경력뿐 아니라 삶의 가치관 자체를 뒤흔드는 결정적인 순간이 된다. '인간' 개비 토마스가 '트랙 스타' 개비 토마스가 되기까지 겪어야 했던 보이지 않는 고뇌와 그 속에서 피어난 강인한 회복력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녀의 이야기는 단순한 스포츠 영웅담을 넘어, 고난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내고 더 나아가 타인을 돕는 길을 모색하는 한 인간의 진솔한 성장 기록이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피어난 올림픽 꿈

2021년 도쿄 올림픽 선발전을 불과 3주 앞둔 시점, 개비 토마스는 예상치 못한 건강 문제에 직면한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한 MRI 검사 도중 간에서 혹이 발견된 것이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의사들의 심각한 표정과 '암일 수 있다'는 말에 그녀는 깊은 스트레스와 공포에 휩싸인다. 올림픽 출전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육상 인생 최대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당시 그녀는 '이 상황을 잘 이겨낸다면, 건강하고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내 모든 것을 걸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고 회고한다. 다행히도 혹은 양성 판정을 받았고, 피임약 복용 여성에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는 설명을 듣게 된다. 이 경험은 그녀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달릴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깊은 감사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은 그녀를 도쿄 선발전 200m에서 21.61초라는 당시 역대 2위 기록(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 다음)으로 우승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마침내 도쿄 올림픽에서 200m 동메달과 4x100m 계주 은메달을 목에 걸며, 그녀는 육상 여제로서의 빛나는 서막을 연다. 삶의 기로에서 얻은 깨달음이 그녀를 최고의 무대로 이끌었던 것이다.

정상의 무게: 영광 뒤에 찾아온 내적 혼란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인 데뷔는 개비 토마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안겨주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올림픽 현장의 열기를 온전히 느끼지 못했던 그녀는 미국으로 돌아오자마자 현실의 무게에 직면한다. 메달 획득으로 인한 엄청난 관심과 기대는 그녀를 압도했다. '메달리스트 개비 토마스'라는 타이틀이 주는 중압감은 마치 자신을 갉아먹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육상선수 개비 토마스가 아닌 '그냥 개비'로서의 자신을 잃어버리는 듯한 혼란을 겪었고, 밀려드는 전화와 요청에 전전긍긍했다고 털어놓는다. 심지어 자신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불평하는 것조차 죄책감을 느꼈다고 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항상 행복하고 성공적인 모습만을 보여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에 갇혀, 내적인 고통을 숨겨야 하는 상황에 처했던 것이다. 이러한 정신적, 감정적 소진은 다음 시즌 성적 부진과 연이은 부상으로 이어지는 아픔을 겪게 만든다. 최고점에 이른 후 찾아오는 공허감과 외부의 압박은 젊은 선수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었을 것이다.

외모 지상주의: '육상 선수는 외모로 평가되는가'

개비 토마스가 마주한 또 다른 '트랙 밖'의 현실은 바로 스포츠계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이다. 마이크 잭슨 팟캐스트에서 그녀는 '외모는 분명히 문제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운동선수의 외모가 스폰서십 계약, 대중의 관심, 심지어는 경기력에 대한 평가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대중이 선수의 외모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그 선수의 전체적인 여정이 왜곡될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진행자가 '자신의 매력 때문에 저평가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이를 '인간성의 상실(dehumanization)'이라고 표현하며 여전히 상처로 남아있다고 고백한다. 이는 스포츠계, 특히 여성 스포츠 선수들이 마주하는 불편한 진실을 날카롭게 꼬집는 부분이다. 실력과 노력보다는 외모가 더 큰 가치로 평가되는 현실은 진정한 재능이 빛을 발하는 것을 가로막을 수 있다. 개비 토마스는 이러한 비인간적인 시선에 맞서며, 선수로서의 정체성을 굳건히 지키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트랙 위와 밖에서 써 내려가는 새로운 유산

숱한 역경 속에서도 개비 토마스는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극복해 나간다. 명상과 호흡 훈련 같은 정신 건강 관리 도구들을 통해 스스로의 중심을 잡고, 팬들의 관심과 공항 스토커 같은 사생활 침해 문제까지 슬기롭게 헤쳐 나간다. 그리고 단순히 자신만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여성 육상 선수들을 위한 새로운 리그인 '아틀로스(Athlos)'를 공동 설립하여 여성 선수들의 성장과 지원을 돕는 데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는 그녀가 '인간적인 고뇌'를 통해 얻은 성숙함과 리더십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흥미롭게도 그녀는 단거리 선수답게 '마일을 넘게 뛰어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하며, 사람들이 함께 달리자고 할 때마다 '우리는 그런 것을 하지 않는다'고 답한다고 전한다. 이는 그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훈련하고 삶을 살아가는 독특한 철학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파리 올림픽 3관왕이라는 금빛 영광은 물론, 선수로서 겪는 내적 갈등과 사회적 압력까지 솔직하게 드러내고 이를 통해 타인을 포용하려는 개비 토마스의 행보는 분명 새로운 시대의 스포츠 영웅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그녀의 유산은 트랙 위에서의 기록을 넘어, 인간적인 존엄성을 지키고 더 나은 스포츠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노잇. - KNOW IT. 세 줄 요약

육상 스타 개비 토마스는 도쿄 올림픽 직전 간 종양 공포와 메달 획득 후 찾아온 정서적 혼란을 겪었다. 그녀는 대중의 관심과 스포츠계의 외모 지상주의로 인한 '인간성 상실'을 솔직히 고백하며,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현재 그녀는 정신 건강 관리와 여성 육상 리그 '아틀로스' 설립을 통해 트랙 안팎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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