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가 새로운 미디어 시대를 맞이하며 중계권 시장에서 격렬한 변화를 겪고 있다. 그 중심에는 넷플릭스, ESPN, NBC, 그리고 애플과 같은 거대 미디어 기업들과의 치열한 협상이 자리한다. 과거 지상파와 케이블TV 중심이었던 스포츠 중계는 이제 다양한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분산되며 팬들의 시청 방식은 물론, 리그의 수익 구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번 협상은 단순히 방송사를 바꾸는 것을 넘어, MLB가 팬들에게 다가가는 방식과 미래 스포츠 산업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ESPN이 연간 평균 5억 5천만 달러에 달하던 기존 계약에서 홈런 더비,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 포스트시즌 1라운드 경기 중계권을 포기하면서 새로운 파트너십의 필요성은 더욱 대두되었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ESPN을 "축소되는 플랫폼"이라고 언급했지만, 역설적으로 MLB는 여전히 ESPN과 사업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통적인 스포츠 미디어와 신흥 디지털 플랫폼 간의 복잡한 역학 관계를 잘 보여준다. 리그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중계권을 쪼개 파는 전략을 취하며, 이는 팬들에게 더 많은 시청 옵션을 제공할 수 있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비용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다. 현재 논의는 향후 3년 계약을 목표로 하며, 이는 2029년 월드시리즈를 포함한 모든 중계권이 재협상될 2028년 이후의 더 큰 그림을 위한 준비 단계로 해석된다.

ESPN과 기존 방송사의 전략 변화

한때 메이저리그 중계의 핵심 파트너였던 ESPN은 이번 중계권 협상에서 새로운 전략적 방향을 모색한다. 기존의 대규모 계약을 포기한 ESPN은 이제 주중 경기 패키지와 더불어 MLB.TV와 같은 리그의 핵심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접근권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는 ESPN이 단순한 TV 채널을 넘어, 자체적인 직접 소비자(DTC)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한다. 지미 피타로 ESPN 회장은 이미 지역 경기 중계에 대한 강력한 관심을 표명한 바 있으며, 이는 스포츠 팬들이 갈망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반면, 전통적인 지상파 채널인 NBC는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피콕(Peacock)을 통해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과 포스트시즌 1라운드 경기 중계권을 확보하려 한다. 이들은 기존 방송사들 역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맞춰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단순히 스포츠를 중계하는 것을 넘어, 자사의 스트리밍 플랫폼 가입자를 늘리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는 것이다. 기존 방송사들의 이러한 변화는 MLB에게 더 많은 협상력을 제공하지만, 중계권이 여러 플랫폼으로 분산되면서 팬들이 특정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 여러 구독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계권 시장의 지각 변동은 단순히 돈의 흐름을 바꾸는 것을 넘어, 오랜 시간 정립되어 온 스포츠 시청 습관마저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듯하다.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공룡의 MLB 진출

이번 MLB 중계권 협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넷플릭스와 애플과 같은 거대 스트리밍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이다. 특히 넷플릭스는 홈런 더비 중계권 확보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이는 블룸버그 통신 보도를 통해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넷플릭스는 "이벤트화(eventizing)" 전략을 통해 사용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구독을 유도하려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홈런 더비와 같은 단일 이벤트를 통해 새로운 시청자층을 유입하고, 나아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의 일본 중계권까지 고려한다는 점은 넷플릭스가 스포츠 콘텐츠를 자사의 핵심 서비스로 편입하려 한다는 분명한 신호이다. 이미 금요일 밤 더블헤더 중계에 연간 8,500만 달러를 지불하고 있는 애플 TV+ 역시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 및 포스트시즌 경기 중계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이처럼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단순한 콘텐츠 확보를 넘어, 자사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구독자를 유치하기 위한 중요한 투자 전략이다. 이들은 기존 방송사들이 가지지 못한 막대한 자본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스포츠 중계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스트리밍 공룡들의 진출은 중계권 시장의 파편화를 더욱 심화시켜, 팬들이 원하는 모든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선 여러 플랫폼에 구독료를 지불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잠재적 문제점을 내포한다.

팬들을 옥죄는 스트리밍 시대의 시청료 압박

메이저리그 중계권의 분산은 결국 고스란히 팬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웃킥(OutKick)의 보도에 따르면, 내년부터 팬들이 전국적으로 중계되는 모든 MLB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월 100달러(약 103.94달러)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피콕(NBC), 폭스 원, 넷플릭스, ESPN DTC, HBO Max(TBS), 애플 TV+(금요일 및 잠재적 일요일 게임) 등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케이블 TV의 높은 요금에서 벗어나고자 스트리밍으로 전환했지만, 스포츠 팬들에게는 오히려 더 큰 금전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케이블이나 위성 TV는 ESPN, TBS, 폭스, NBC 등의 채널을 묶어 제공해 상대적으로 경제적이었으나, 스트리밍 시대에는 각 플랫폼별로 개별 구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이러한 팬들의 잠재적 부담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MLB는 NFL만큼 전국적 인기를 누리지 못하며, NBA보다도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계권을 지나치게 쪼개 판매하는 것은 팬들을 리그에서 멀어지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리그 가치와 미디어 파트너들의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스포츠 시청의 편리함과 접근성이 수익 논리에 밀려 희생될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MLB의 미래, 수익과 팬덤 사이의 줄다리기

현재 메이저리그는 수익 극대화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중계권 시장을 재편하려 한다. ESPN이 포기한 권리를 포함하여 연간 5억 7천만 달러의 수익을 달성하고자 하며, 2028년 폭스(Fox)와 TNT 스포츠(TNT Sports)의 계약이 만료되는 2029년 시즌에는 월드시리즈를 포함한 모든 중계권을 한데 모아 다시 대규모 입찰을 진행하려는 큰 그림을 그린다. 이는 리그가 미래 미디어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협상력을 확보하고 싶어 한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중계권의 파편화는 미디어 파트너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방송사들은 단순히 TV 시청률뿐 아니라 스포츠 리그가 자사 스트리밍 플랫폼의 구독자를 얼마나 유치할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 하지만 한 시즌 동안 여러 플랫폼에 흩어진 경기를 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팬들이 개별 구독을 감행할지는 미지수다. 어쩌면 이러한 방식은 특정 플랫폼의 매력을 반감시키고, 기대했던 구독자 유치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는 단기적인 수익 증대와 장기적인 팬덤 유지 및 확장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목표 사이에서 신중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자칫 높은 시청료와 복잡한 환경으로 기존 팬들마저 이탈하고, 새로운 팬 유입은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MLB의 중계권 전략이 과연 성공적인 미래를 가져올지, 아니면 팬들의 외면을 받게 될지, 앞으로의 행보를 주시해야 한다.

노잇. - KNOW IT. 세 줄 요약

메이저리그가 넷플릭스, ESPN, NBC, 애플 등과 중계권 계약을 논의하며 미디어 지형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ESPN의 기존 계약 불발 이후, 리그는 새로운 파트너십을 통해 연간 5억 7천만 달러의 수익을 목표로 하지만, 이로 인한 중계권 분산은 팬들에게 월 100달러가 넘는 시청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를 낳는다. MLB는 수익 극대화와 팬 접근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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