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기억, 하나의 염원: 피폭자와 B-29 승무원 후손의 특별한 만남
오는 8월 6일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다시 한번 80년 전의 비극을 기억할 것입니다. 전후 8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일본과 미국 사이의 잊혀지지 않는 아픈 역사는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무게 속에서도 놀랍고도 감동적인 희망의 메시지가 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두 번 피폭당한 ‘이중 피폭자’ 야마구치 츠토무 씨의 손녀인 하라다 코스즈 씨와 원자폭탄 투하 항공기 B-29의 승무원이었던 제이콥 비저 씨의 손자 아리 비저 씨가 함께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입니다. 『버섯구름 위와 아래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이 책은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상반된 입장에 서 있던 두 가족의 이야기가 어떻게 핵 없는 세상을 향한 하나의 염원으로 수렴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어쩌면 이들의 만남과 협력은 오랜 시간 응어리졌던 역사적 갈등을 해소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중요한 실마리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 두 사람의 용기 있는 행보는 전 세계에 핵무기 없는 평화를 향한 강력한 울림을 전하고 있습니다.
"증오에서는 아무것도 태어나지 않는다": 이중 피폭자의 고뇌와 계승된 평화의 유산
하라다 코스즈 씨의 할아버지 야마구치 츠토무 씨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이중 피폭자’였습니다. 그는 히로시마 출장 중 원폭을 경험한 뒤 가족이 있는 나가사키로 돌아와 또다시 원폭을 맞았습니다. 지옥과도 같았던 두 번의 피폭 경험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지만, 야마구치 씨는 놀랍게도 “원폭은 미워하지만, 사람으로서 미국인을 증오할 수는 없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에게 히로시마는 ‘제1의 지옥’, 나가사키는 ‘제2의 지옥’이었지만, 그는 증오가 아닌 평화를 선택하고자 고뇌했던 것입니다. 고통스러운 경험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단가(短歌)에 담아 가족을 지키려 했던 그의 방식은 역설적으로 더 큰 울림을 줍니다. 할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은 하라다 씨는 전국 각지의 학교와 기업을 찾아다니며 할아버지의 피폭 체험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의 비극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인류애를 잃지 않고 평화를 향해 나아갔던 한 개인의 숭고한 노력을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계승해야 할지를 묻고 있습니다.
적대적 입장을 넘어선 용기 있는 대화: '버섯구름' 아래와 위의 소통
아리 비저 씨의 할아버지 제이콥 비저 씨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B-29 폭격기 '에놀라 게이'와 '박스카'의 레이더사였습니다. 어린 시절 아리 씨는 할아버지가 “전쟁을 끝내는 임무를 완수한 영웅”으로 배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승전의 역사 뒤에 숨겨진 피폭의 비극에 주목했습니다. 2013년, 아리 씨는 하라다 씨에게 만남을 제의했고, 하라다 씨는 처음에는 피폭 후유증에 시달리던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증오에서는 아무것도 태어나지 않는다”는 유언을 상기하며 용기 있게 그를 마주하기로 결심합니다. 아리 씨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피폭자들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을 보며 하라다 씨는 그의 핵무기 없는 미래에 대한 진정한 열정을 확신했습니다. 이처럼 서로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귀 기울이며 대화를 이어간 이들은 점차 유대를 강화했고, 이제는 함께 강연하며 핵무기 폐절을 호소하는 동지가 되었습니다. 그들의 공저는 양측의 시각 차이를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대화를 통해 공통의 목표를 찾아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핵의 유산: 비키니 환초의 고통과 전 지구적 연대의 목소리
핵무기의 비극은 비단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버섯구름 아래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태평양 마셜 제도의 비키니 환초와 에니웨토크 환초에서는 1946년부터 1958년까지 미국에 의해 무려 67차례의 핵실험이 강행되었습니다. 1954년 3월 비키니에서 감행된 수소폭탄 실험은 일본 어선 다이아몬드 후쿠류마루호 승무원들이 피폭되는 '제5 후쿠류마루 사건'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핵실험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야 했던 비키니 주민들의 고통은 또 다른 ‘핵의 유산’으로 남아있습니다. 비키니 환초의 전 수장이었던 알슨 켈렌 씨는 핵실험 이후에도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주민들의 비극적인 삶을 증언합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섬으로 이주했지만, 거친 파도와 부족한 식량으로 인해 전통 문화와 항해 기술을 잃고 가공식품에 의존하게 되면서 또 다른 건강 문제를 겪어야 했습니다. "비키니에 남으면 방사능으로, 킬리섬에 살면 가공식품으로 죽는다"는 비극적인 말은 핵무기가 인류의 삶에 얼마나 다층적인 상처를 남기는지 보여줍니다. 켈렌 씨는 이러한 핵의 유산을 지닌 전 세계 사람들이 연대하여 평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력히 호소하고 있습니다.
공감과 연대를 통한 핵 없는 세상: 전후 80년을 넘어 미래로 나아가는 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비극, 그리고 비키니 환초의 숨겨진 고통은 핵무기가 단순한 무기를 넘어 전 인류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협하는 존재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하라다 씨와 아리 씨, 그리고 알슨 켈렌 씨의 이야기는 각자의 입장에서 시작되었지만, 궁극적으로는 핵 없는 세상을 향한 동일한 염원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전후 80주년을 맞이하며 피폭 생존자들의 증언이 점점 사라져가는 이 시점에서, 그들의 손자녀들이 나서서 과거의 고통을 계승하고 미래 세대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들은 과거의 적대적 관계나 지리적 경계를 넘어선 대화와 이해만이 진정한 화해와 평화로 나아갈 수 있음을 몸소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핵무기 폐기를 외치는 것을 넘어, 핵이 남긴 상처에 공감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연대하여 핵 없는 세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그 과정에서 인류는 비로소 과거의 비극을 진정한 교훈 삼아,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노잇. - KNOW IT. 세 줄 요약
피폭자와 B-29 승무원 후손의 공저 출간은 핵 비극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비키니 환초의 역사는 핵 유산이 세대를 넘어선 인류 전체의 과제임을 일깨웁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하며 핵 없는 세상을 향해 연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해법이자 희망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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