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태평양 상에서 진행된 훈련을 통해 일본 해상자위대가 '무기등방호' 임무를 처음으로 수행하였다. 이는 단순한 군사 훈련의 일환을 넘어선, 일본 방위 정책의 중대한 전환점을 시사한다. 해상자위대 호위함 ‘가가’와 ‘테루즈키’가 영국의 항공모함 ‘프린스 오브 웨일스’를 비롯한 함정들을 경호한 이번 임무는 미국과 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이뤄진 타국 군함 보호 사례이다. 2025년 8월 4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이번 훈련에는 일본과 영국 외에도 미국 등 총 6개국이 참여하여 다국적 연합 훈련의 성격을 띠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프린스 오브 웨일스’에 탑재된 스텔스 전투기 F-35B가 해상자위대 호위함 ‘가가’의 갑판에 착함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미래 전장 환경에서 핵심적인 상호운용성을 극대화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방위성은 이번 임무 수행이 영국과의 방위 협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협력을 넘어, 역내 안보 환경 변화에 대한 일본의 능동적인 대응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국제 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일본의 이러한 역할 확장은 주변국은 물론 국제사회 전체에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강화되는 영일 동맹과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

이번 영국 항공모함 ‘프린스 오브 웨일스’의 일본 방문과 공동 훈련은 영일 양국 간 방위 협력의 심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2021년 ‘퀸 엘리자베스’ 항모의 방일에 이어 두 번째로 이루어진 영국 항모의 일본 기항은 양국이 공유하는 전략적 이익과 안보 비전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2년 전 발효된 ‘원활화 협정’(RAA)은 자위대와 영국군의 공동 훈련 시 대응을 사전에 규정함으로써, 유사시 상호 지원 및 협력의 법적, 절차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양국 군이 더욱 유기적으로 연합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주일 영국 대사는 이번 방문이 ‘안전하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을 지원하려는 영국의 강력한 의지’와 ‘일본과의 깊은 파트너십’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이는 해양 진출을 가속화하는 특정 국가를 염두에 둔, 이른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의 실현을 위한 핵심적인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 해군 항모 ‘조지 워싱턴’과의 공동 훈련 및 미군 F-35B 전투기의 ‘가가’ 착함은 미일영 삼국 간의 상호운용성 강화라는 목표를 명확히 드러내며, 역내 안보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요코스카 기항, 안보 강화와 지역 주민의 우려 사이에서

영국 항모 ‘프린스 오브 웨일스’의 일본 방문은 환영과 기대 못지않게 지역 주민들의 우려와 반발 또한 불러일으켰다. 특히 미 해군 요코스카 기지에 입항했을 때, 일부 시민들은 항의선을 타고 ‘하브 항이 될 것’이라며 위기감을 표출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국가 안보의 중요성과 미군 기지 주변 지역 주민들의 삶 사이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딜레마를 대변한다. 요코스카는 오랜 세월 동안 미 해군의 중요한 전진 기지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지역 경제에 기여한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동시에 기지 확대와 작전 증가가 가져올 수 있는 소음, 안전 문제, 그리고 평시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았다. 이번 영국 항모의 기항은 단순한 우방국 함정의 방문을 넘어, 요코스카가 역내 안보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주민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생활 터전이 국제 정세의 변화에 더욱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안보 환경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역할과 그에 수반되는 지역 사회의 부담을 어떻게 조화롭게 풀어나갈 것인지는 일본 정부와 지자체의 중요한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모함 ‘프린스 오브 웨일스’, 대영제국의 귀환인가

‘프린스 오브 웨일스’는 단순한 함정이 아니다. 이는 한때 세계의 바다를 지배했던 대영제국의 해상력이 다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존재로 비춰질 수 있다. 4개월에 걸쳐 포츠머스를 출항하여 요코스카에 도착하기까지의 항해는 영국의 인도-태평양에 대한 전략적 관심과 투자가 결코 일시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물론 과거와 같은 제국주의적 패권 추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 무대에서 영국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며, 특히 역동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음을 명확히 한다. 영국은 전통적인 유럽 안보뿐만 아니라, 글로벌 해상 안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피력해왔다. 이번 항모 방문은 그러한 의지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며, 다자간 안보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현시대에 영국의 존재감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역내 국가들에게 새로운 협력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복잡해지는 역내 역학 관계 속에서 각국의 전략적 판단을 더욱 정교하게 요구할 수도 있다.

변화의 파고 속, 미래 동북아 안보 지형의 재편

영국 항공모함의 일본 방문과 일본 자위대의 ‘무기등방호’ 임무 수행은 동북아시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지형이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는 특정 국가의 해양 진출 확장에 대응하고, 국제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수호하려는 의지가 다자간 협력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 냉전 시대의 양극 구도를 넘어, 이제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며 새로운 안보 연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본은 자국의 방위 태세 강화와 더불어 역내외 파트너십을 확장하며 더욱 능동적인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역내 군사적 긴장 고조와 각국 간의 미묘한 균형 변화는 지속적인 관심과 신중한 접근을 필요로 한다. 궁극적으로, 이번 일련의 움직임이 역내 안정과 평화를 위한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관련국들의 현명한 외교적 노력과 전략적 판단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동북아는 물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군사적 협력은 새로운 국제 질서의 모습을 그려나가고 있다.

노잇. - KNOW IT. 세 줄 요약

일본 해상자위대가 영 항모 ‘프린스 오브 웨일스’에 ‘무기등방호’ 임무를 처음 수행하며 안보 협력의 새 장을 열었다. 이는 영일 동맹 강화 및 미일영 삼각 협력으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다. 요코스카 기항에 대한 주민 우려와 함께, 이번 사건은 변화하는 인도-태평양 안보 지형 속 일본의 역할과 새로운 다자간 연대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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