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 G1 전초전의 성격을 띠며 '슈퍼 G2'라는 명성을 자랑하던 삿포로 기념에 올해는 묘한 기운이 감돈다. 통상적으로 이 레이스는 일본 경마의 가을 시즌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상반기 G1 우승마들이나 강력한 중상급 말들이 한데 모여 진정한 강자를 가리는 장이 되곤 했다. 과거에는 키타산 블랙, 아몬드 아이, 소다시 등 기라성 같은 명마들이 이곳에서 격돌하며 가을 G1을 향한 발판을 다지곤 하였다. 하지만 2025년 삿포로 기념은 유력마들의 해외 원정 계획이나, 예상치 못한 부상, 혹은 최상의 컨디션 조절 실패 등의 이유로 인해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덜한 출전 명단을 형성하였다. 이는 경마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을 줄 수도 있으나, 역설적으로 경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혼전'이라는 새로운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야말로 '누가 이겨도 이상할 것 없는' 레이스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5년간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2022년에는 무려 5두의 G1마가 출전하여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것과 대조적으로, 올해는 벚꽃상 우승마인 스테렌보쉬 단 한 마리만이 G1 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또한, 고마(古馬) 혼합 G1에서 3착 이내의 실적을 가진 말 역시 스테렌보쉬와 작년 천황상(가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호우오우 비스킷츠뿐이어서, 확실히 예년에 비해 실적 상위마들의 층이 얇아진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멤버 구성의 변화는 삿포로 기념이 단순히 말들의 절대적인 능력 우위를 겨루는 장이 아니라, 당일 컨디션과 레이스 전개, 그리고 기수의 전략적 판단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북녘의 대무대에서 과연 어떤 말들이 이변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며 새로운 역사를 쓸지, 경마 팬들의 시선이 삿포로 경마장으로 집중되고 있다. 경마는 언제나 변수를 품고 있으며, 특히 이번 삿포로 기념은 그 변수가 더욱 증폭된 형태로 나타날 전망이다. 기존 강자들의 부재 속에서 숨겨진 강자들이나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가 그 어느 때보다 많다. 과연 누가 이 기회를 잡을 것인가, 그것이 이번 레이스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전통적 데이터의 한계, '종반 가속력'에 주목하다

삿포로 기념의 판세가 예년과 달라지면서, 기존에 굳건히 신뢰받던 예상 공식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직전 5년간 전주를 하코다테나 삿포로에서 치른 말들은 25전 전패라는 다소 충격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통상적으로 여름철 북녘 경마장의 특정 적응도가 승리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음을 시사하며,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의 경쟁을 통해 실력을 쌓아온 말들이 유리하다는 암묵적인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처럼 확실한 G1급 실력파 말들의 부재가 두드러지는 상황에서는 '여름 시즌에 기세를 올린 상승마'들이 충분히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과거의 데이터는 이번만큼은 과감히 제쳐두고 '지금 가장 뜨거운 말'과 같은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이번 혼전 양상의 레이스에서 눈여겨봐야 할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 많은 경마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종반 3F(마지막 3펄롱) 기록', 즉 레이스 후반부의 순간적인 스피드와 지속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삿포로 기념에서 종반 3F 기록이 1위에서 3위를 차지한 말들의 연대율은 37.5%, 복승률은 무려 50%에 달한다. 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로, 삿포로 코스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삿포로 경마장은 평탄한 코스 설계와 266.1m로 상대적으로 짧은 직선 주로를 가진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 때문에 일반적으로 선행마, 즉 레이스 초반부터 앞서나가 페이스를 주도하는 말들에게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통계가 보여주듯이, 빠른 종반 가속력을 가진 말들이 절반의 확률로 입상권에 드는 것은, 레이스 전개 방식에 따라 충분히 결과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단순히 앞에서 달리는 것만이 아니라, 승부처에서 순간적인 스피드를 폭발시키고 이를 결승선까지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이번 레이스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다. 말의 절대적인 스피드 능력과 더불어, 이를 언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기수의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벨로체 에라, 새로운 전략으로 삿포로를 제패할 이변의 주인공인가

삿포로 기념은 단순히 앞에서 달리는 선행마만이 유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이미 과거 사례를 통해 명확히 입증된 바 있다. 레이스 전개는 말의 컨디션, 기수의 판단, 그리고 다른 말들의 움직임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삿포로 기념에서는 2번째 추월에서 치고 올라와 우승한 노스 브릿지나, 좋은 위치를 유지하며 2착을 차지한 지오글리프처럼 앞에서 빠른 종반 가속력을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낸 경우도 있었다. 이는 선두권에서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마지막 스퍼트까지 겸비한 말들이 우승에 유리하다는 일반적인 분석에 부합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2023년 프로그노시스가 보여주었던 레이스는 또 다른 승리 공식을 제시한다. 프로그노시스는 후방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영리하게 3코너부터 서서히 움직임을 가져가 4코너에서 선두에 서며 직선에서 여유롭게 격차를 벌려 우승을 거머쥐는 역동적인 레이스 운영을 선보였다. 이러한 '뒤집기' 전략은 말의 순간적인 판단력과 엄청난 스피드, 그리고 기수의 노련한 조작이 결합될 때 비로소 빛을 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삿포로 기념의 강력한 추천마로 '벨로체 에라'가 떠오른다. 벨로체 에라는 전주 하코다테 기념에서 마치 프로그노시스가 보여주었던 그 전략을 그대로 재현하였다. 도중에 중단에서 대기하다 3코너 부근부터 서서히 속도를 올려 4코너에서 선두를 장악하고, 직선에서 여유롭게 거리를 벌리며 중상(重賞) 타이틀을 획득하였다. 벨로체 에라는 마지막에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는 전형적인 추입마 타입은 아닐지라도, 양잔디 적성이 뛰어나며 전주 우승을 이끌었던 사사키 다이스케 기수가 이번에도 계속 기승한다는 점은 동마에게 분명한 플러스 요소로 작용한다. 그의 노련한 기승술과 말의 현재 컨디션이 어우러진다면, 혼전 양상의 삿포로 기념에서 충분히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혼전 속 빛나는 잠재마들: 호우오우 비스킷츠, 그리고 코코넛 브라운의 부활

삿포로 기념의 전초전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전날 발표된 배당률에서는 '호우오우 비스킷츠'가 2.9배로 가장 낮은 배당을 받으며 강력한 1번 인기로 부상하였다. 이 말은 특유의 서양 잔디 적성에서 강점을 보이며, 이번 레이스를 통해 두 번째 중상 타이틀을 노리는 듯하다. 지난 천황상(가을)에서 보여준 3착이라는 준수한 성적은 이 말이 단순한 인기몰이가 아님을 증명하며,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삿포로 기념은 단순히 인기나 과거 실적만으로 우승을 점치기 어려운 혼전 양상을 띠고 있다. 배당률만 보더라도 호우오우 비스킷츠 외에도 벚꽃상 우승마 '스테렌보쉬'가 6.4배, '코코넛 브라운'이 6.7배, 그리고 전주 활약이 돋보인 '벨로체 에라'가 6.8배로 뒤를 잇는 등, 상위권 배당률이 매우 촘촘하게 형성되어 있어 단언하기 어렵다. 이는 곧 어느 한 말의 압도적인 우세를 점치기보다는, 다수의 말들이 우승 경쟁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말은 '코코넛 브라운'이다. 저명한 갬블 라이터인 카타야마 마코토는 직전 퀸 스테이크스에서 불운하게도 아깝게 우승을 놓친 코코넛 브라운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이번 삿포로 기념에서의 반전을 강력히 기대하고 있다. 당시 직선에서 페어 에일룽에 막혀 추격이 늦어졌던 불운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를 만회하고도 남을 만큼의 준비를 마쳤다는 분석이다. 전주 대비 20kg 증가한 체중에서 펌프업된 후구 근육과 풍만한 복부가 인상적이었다는 그의 평가는, 이 말이 이번 레이스를 위해 얼마나 철저히 준비되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그는 바깥쪽에서 시원하게 치고 올라올 그림을 그리며, 코코넛 브라운을 '숨겨둔 비장의 카드'로 지목한다. 전력으로만 보면 상위권에 속하지만, 예기치 않은 변수와 말의 당일 컨디션, 그리고 레이스 전개가 승패를 가를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다양한 강점과 스토리를 가진 말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은 경마의 묘미를 더한다.

예측 불허의 승부, 삿포로의 새로운 역사를 쓰다

결론적으로, 2025년 삿포로 기념은 '슈퍼 G2'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G1 우승마들의 불참으로 다소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평소라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어려웠을 상승세의 말들에게 기회의 장을 활짝 열어주고 있다. 강력한 1번 인기로 호우오우 비스킷츠가 떠올랐지만, 전주 하코다테 기념에서 인상적인 승리를 거둔 벨로체 에라의 놀라운 기세와 직전 불운을 털어내고 재기 가능성을 점치는 코코넛 브라운의 잠재력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특히 종반 3F 가속력이라는 새로운 예측 기준은 삿포로 코스의 전략적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단순히 초반부터 선두를 잡고 달리는 스피드 경쟁이 아닌, 레이스 중반부터 후반까지의 흐름을 읽고 적절한 타이밍에 힘을 쏟아내는 능력이 승리의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어떤 말은 앞에서 선두를 지키며 꾸준한 페이스와 빠른 종반 가속력을 동시에 보여줄 것이고, 또 어떤 말은 후방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 결정적인 순간에 폭발적인 스퍼트를 터뜨리며 팬들을 열광시킬 것이다. 이러한 다채로운 전개는 경마 팬들에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흥미진진하고 역동적인 레이스를 선사할 것이 분명하다. 삿포로의 평탄한 주로와 짧은 직선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전술적 환경은, 이번처럼 강자들의 부재가 두드러지는 해에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이처럼 혼전 양상이 짙은 삿포로 기념에서 과연 어떤 말이 이변의 주인공이 되어 영광을 차지할지, 북녘의 대무대에서 펼쳐질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기대해본다. 어쩌면 이번 삿포로 기념은 단순한 경주를 넘어, 경마의 본질인 예측 불가능한 매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 편의 드라마가 될지도 모른다. 이 레이스를 통해 가을 G1을 향한 새로운 스타가 탄생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