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롯데, 기나긴 연패의 그림자 속으로
벼랑 끝에 선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7일 사직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또 한 번의 기묘한 드라마를 연출했다. 8연패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던 롯데에게 이 경기는 단순한 1승 이상이었다. 20년 만에 9연패라는 치욕적인 기록을 피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선수단과 팬들의 숨통을 조여왔다.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 롯데는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게 했지만, 최근 연패는 팀의 근간을 흔드는 듯 보였다. 매 경기가 결승전 같은 부담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며,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맞붙은 삼성 라이온즈는 순위 싸움에서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삼성 역시 가을야구를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매서운 추격을 이어가고 있었다. 어쩌면 이날 경기는 롯데 팬들에게 희망과 절망, 그리고 다시 희망을 넘나드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선사하며, 야구가 가진 예측 불가능한 매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 판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경기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사직구장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뒤집히고 뒤집히는 승부, 롯데의 기적 같은 7회 대폭발
경기는 초반부터 삼성 라이온즈의 흐름으로 흘러가는 듯했다. 삼성은 4회초 르윈 디아즈의 시즌 38호 투런 홈런을 포함해 3점을 먼저 뽑아내며 롯데 선발 투수를 흔들었다. 롯데 타선은 삼성 선발 이승현(좌완)에게 꽁꽁 묶이며 침묵을 지켰다. 3회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은 8연패 중인 팀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듯했다. 그러나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롯데는 6회부터 조금씩 반격의 불씨를 지피기 시작했다. 6회말 신윤후의 기습 번트 안타와 손호영의 적시타로 추격을 알리는 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대망의 7회말, 경기의 흐름은 완전히 롯데 쪽으로 넘어왔다. 유강남의 2루타와 전민재의 적시 2루타로 1점 차를 만들었고, 한태양의 적시타로 기어코 3-3 동점을 만들었다. 여기서 삼성의 실책이 겹치며 롯데는 행운의 추가 득점을 올렸다. 3루수 김영웅의 송구 실책으로 주자들이 안전 진루권을 얻어 순식간에 2점을 추가한 것이다. 이어진 만루 찬스에서 대타 노진혁의 2타점 적시타까지 터지며 롯데는 7회에만 무려 6점을 쓸어 담아 7-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사직구장은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고, 승리의 기운이 감도는 듯 보였다.
김영웅의 만루포, 롯데를 다시 벼랑 끝으로 몰아넣다
하지만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는 이날 경기에서 또 한 번 증명되었다. 7-3으로 넉넉하게 앞선 채 8회초를 맞이한 롯데는 승리를 눈앞에 둔 듯했다. 그러나 마운드에 오른 홍민기가 선두 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하자, 롯데 벤치는 과감하게 필승조를 가동했다. 불펜의 핵이자 팀의 마무리 투수인 김원중을 8회 1사 상황에 등판시키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이는 김태형 감독의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삼성 라이온즈의 김영웅은 이 강수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앞선 타석에서 두 번의 삼진을 당하며 부진했던 김영웅은 김원중과의 풀카운트 승부 끝에 8구째 포크볼을 걷어 올렸다. 타구는 오른쪽 폴대를 맞고 떨어지는 극적인 만루 홈런이 되었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7-7 동점. 롯데 팬들의 환호는 탄식으로 바뀌었고,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마무리 투수가 중요한 상황에서 만루 홈런을 허용한 것은 롯데에게 심리적으로 큰 타격이었을 것이다. 한 경기에서 이렇게 극과 극의 감정을 오가는 것은 야구 팬들에게는 짜릿한 경험이지만, 직접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는 가혹한 시련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황성빈의 극적인 동점포, 연패를 끊지 못한 아쉬운 무승부
만루포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 롯데는 9회초 다시 한번 삼성에 리드를 내주었다. 8회 만루 홈런을 허용했던 김원중이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결국 삼성 디아즈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8-7로 재역전을 당했다. 롯데는 패색이 짙어지는 듯했다. 8연패에 9연패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9회말, 마운드에는 삼성 김태훈이 올라왔고, 롯데 팬들은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그리고 그 희망에 응답하듯, 대타로 나선 황성빈이 극적인 동점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몸쪽으로 들어온 145km의 패스트볼을 그대로 받아쳐 오른쪽 폴대를 맞추는 통렬한 한 방이었다. 이는 황성빈의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자, 지난해 5월 이후 처음 터진 대포였다. 스코어는 다시 8-8 동점. 사직구장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이 홈런은 롯데에게 9연패의 굴욕을 피할 수 있게 해준 귀중한 한 방이었다. 경기는 결국 연장으로 접어들었고, 롯데는 10회와 11회 연장전에서 끝내기 찬스를 맞았지만, 삼성 김성윤의 호수비와 상대 투수의 역투에 막혀 아쉽게도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희망과 절망 사이, 롯데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결과적으로 롯데는 삼성과의 혈투에서 8-8 무승부를 기록했다. 8연패의 사슬은 ‘일단’ 끊지 못하고 ‘무승부’라는 형태로 그 불명예를 하루 유예했을 뿐이다. 이는 롯데에게 안도감과 동시에 진한 아쉬움을 안겨주는 결과이다. 9연패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팬들이 염원하는 ‘승리’를 쟁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무승부는 때로는 패배보다 더 큰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특히나 연패의 늪에서 허덕이는 팀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이날 경기는 롯데가 분명 저력을 보여준 한 판이었다. 대량 실점 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었으며, 두 번의 극적인 홈런으로 패배 직전에서 벗어났다. 이는 선수단의 정신력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동시에, 승리를 결정지을 수 있는 마무리 단계에서의 집중력과 결정력 부족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김태형 감독은 이번 무승부를 통해 팀의 강점과 약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을 것이다. 롯데는 이제 이 무승부를 발판 삼아 다음 경기에서는 반드시 승리하여 기나긴 연패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과연 롯데가 팬들에게 시원한 승리를 선물하고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남은 시즌이 더욱 기대된다.
노잇. - KNOW IT. 세 줄 요약
8연패에 빠져 있던 롯데 자이언츠가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서 롤러코스터 같은 대접전을 펼쳤지만 8-8 무승부로 끝났다. 김영웅의 만루포와 황성빈의 극적인 동점포가 오가는 가운데, 롯데는 20년 만의 9연패라는 불명예는 피했으나 승리라는 단비는 끝내 맛보지 못했다. 이 경기는 단순한 무승부를 넘어, 승리에 대한 롯데의 간절함과 고난의 길을 예고하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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