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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카우보이, 약자의 영원한 투사: 변호사 게리 스펜스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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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now.it.kr/trend_us/20250817/gerry-spence-legendary-lawyer-dies-at-96
Published
2025/08/17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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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ry sp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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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지 재킷 속 96년의 삶: 법정의 전설, 게리 스펜스를 기리며

미국 법조계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변호사이자 이른바 ‘법정의 카우보이’로 불리던 게리 스펜스가 지난 수요일, 96세를 일기로 몬테시토 자택에서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의 타계 소식은 단순히 한 위대한 법조인의 부고를 넘어, 법정이라는 무대 위에서 약자의 편에 서서 거대 권력에 맞섰던 한 투사의 마지막 장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스펜스 변호사는 와이오밍의 거친 자연을 닮은 듯한 프린지 재킷을 즐겨 입었고,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이 복장은 그의 반골 기질과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하는 듯했다. 그는 카렌 실크우드 사건에서 거대 플루토늄 가공업체를 상대로 승리하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고, 필리핀의 퍼스트레이디였던 이멜다 마르코스 여사의 무죄를 이끌어내는 등, 숱한 기적 같은 승리를 일궈내며 ‘미국 최고의 재판 변호사’라는 자칭을 공고히 하였다. 그의 생전 동료였던 조셉 H. 로우 4세는 "그는 이 나라 국민들을 새로운 기업 지배자들의 노예 상태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그 어떤 변호사보다 많은 일을 해냈다"라고 평가하며, 스펜스의 삶이 단순한 법적 승리를 넘어선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음을 강조한다. 그의 삶은 법의 잣대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했던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승리의 기록들: 기업 골리앗에 맞선 다윗의 싸움

게리 스펜스 변호사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불패 신화’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물론, 그 역시 인간이기에 몇 번의 패배를 경험하기도 하였으나, 중요한 것은 그가 기록한 승리의 목록이 워낙 화려하고 압도적이어서 대중에게는 사실상 ‘무적의 변호사’로 각인되었다는 점이다. 1979년, 그는 방사능 오염으로 사망한 핵발전소 직원 카렌 실크우드 유족을 대리하여 커-맥기 사를 상대로 1,050만 달러의 배상금 판결을 이끌어내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사건은 훗날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 ‘실크우드’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또한, 그는 1990년 이멜다 마르코스 여사를 연방 갈취 및 사기 혐의에서 성공적으로 변호하며 무죄를 이끌어냈고, 루비 릿지 사건에서 연방 요원과의 총격전으로 기소된 랜디 위버를 변호하여 살인 등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게 했다. 민사 사건에서도 그의 활약은 눈부셨는데, ‘미스 와이오밍’을 명예훼손한 펜트하우스 잡지로부터 2,650만 달러, 직원 연금 횡령으로 USX로부터 4,700만 달러, 작은 아이스크림 회사와의 계약을 위반한 맥도날드로부터 5,200만 달러를 받아내는 등, 거대 기업들을 상대로 천문학적인 승소액을 기록하기도 한다. 이처럼 스펜스는 법정이라는 전쟁터에서 약자와 소외된 자들을 대변하며 그야말로 ‘기업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냈다.

법정을 무대로 한 한 편의 연극: 그의 독특한 변론 스타일

게리 스펜스의 법정은 단순한 재판장이 아니었다. 그는 그곳을 거대한 무대로 삼았고, 자신은 그 무대 위에서 관객인 배심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뛰어난 쇼맨이었다. 거친 목소리와 유려한 이야기꾼의 재능을 지녔던 그는 프린지 재킷과 카우보이 모자를 착용하고 등장하여 와이오밍 출신임을 강조했으며, 이는 그의 독특한 개성을 더욱 부각하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그는 때로는 졸고 있는 검사에게 손뼉을 치며 "정신 차려!"라고 외치거나, 배심원들에게 "물이 맑아지려면 샘에서 돼지들을 내보내야 한다"와 같은 직설적인 와이오밍식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그의 이러한 기행은 많은 이들에게 ‘과장된 퍼포먼스’로 비춰지기도 하였지만, 그 뒤에는 치밀한 준비와 조사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논리가 숨어 있었다는 것이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증언이다. 25년간 그의 법률 파트너였던 밥 슈스터는 스펜스가 “아침 5시부터 법률 사무실에 나와 배심원 질문, 증인 질문, 모두 진술, 최종 변론 등을 빠짐없이 준비했다”고 회상한다. 그는 또한, 배심원과의 감성적 연결, 진정성, 그리고 도덕적 용기를 강조하는 ‘스펜스 메소드’를 개발하여 젊은 변호사들을 가르쳤다. 스펜스 변호사의 법정에서의 모습은 한 편의 잘 짜인 연극처럼 보였을지 모르나, 그 모든 요소는 결국 배심원의 마음을 움직이고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그의 깊은 통찰과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국가의 새로운 기업주들의 노예제도’에 맞선 투사: 철학적 전환

흥미로운 지점은 스펜스 변호사가 처음부터 약자의 편에 섰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는 변호사 생활 초기에는 보험 회사와 ‘기업이라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대리하여 승승장구하는 이른바 ‘기업 변호사’였다. 하지만 40세가 되던 해, 그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이 시기를 그는 ‘인생의 위기(midlife crisis)’라고 표현했는데,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고 연달아 패소하며 판사직을 얻는 데도 실패하는 등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과거 자신이 성공적으로 변호했던 보험 사건의 피해자를 우연히 마트에서 만나게 되면서 큰 회의감에 빠진다. 자서전 ‘컨트리 변호사의 탄생’에서 그는 “늙은이들을 정의로부터 속여 빼앗는 것이 내 직업인가?”라고 회고하며 깊은 자성을 드러낸다. 이 경험을 계기로 스펜스 변호사는 기업과 보험사를 대리하는 것을 전면 중단하고, 대신 “이 나라 국민들을 새로운 기업 지배자들의 노예제도에서 해방시키겠다”는 새로운 신념 아래 약자와 소외된 자들을 대변하는 삶을 살기로 맹세한다. 이 결정은 그의 개인적인 고뇌를 넘어, 법이 가진 본질적인 정의와 역할에 대한 그의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이듬해 ‘트라이얼 로이어스 칼리지(현 게리 스펜스 메소드)’를 설립하여 자신의 철학과 기술을 후배 변호사들에게 전수하기 시작한다. 이는 단순한 법률 기술 전수를 넘어, 변호사가 가져야 할 윤리적 자세와 약자를 향한 연대의식을 심어주는 장이었다.

카우보이 모자 속 소년, 그리고 영원한 유산

게리 스펜스의 독특한 법정 스타일과 ‘아웃사이더’적 기질은 그의 유년 시절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1929년 와이오밍 라라미에서 태어난 그는 대공황 시기에 아버지가 사냥한 엘크 가죽으로 어머니가 옷을 지어 입힐 정도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네 살 때 여동생을 뇌수막염으로 잃고, 열아홉 살 때는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을 겪는 등, 어린 시절부터 죽음과 상실을 가까이서 경험했다. 이러한 아픔은 훗날 그가 약자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고, 그들을 위해 기꺼이 싸우는 투사로 성장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그의 어머니는 어릴 적 그에게 ‘말하기 전에 네 말을 맛보라’고 가르쳤고, ‘그들에게 그림을 그려줘야 한다’며 설득의 기술을 일깨워주었다고 한다. 이는 훗날 법정에서 배심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의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의 기원이 되었을 것이다. 스펜스 변호사는 법정에서 늘 “나는 사냥하고 죽인다. 그리고 그 죽임이 옳으려면 깨끗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며 자신을 약자를 위한 ‘사냥꾼’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와이오밍을 사랑했고, 자신의 정체성을 그곳의 자연과 문화에서 찾으려 했다. 그의 오랜 동반자이자 그에게 영감과 안정감을 주었던 아내 ‘이메이징’ 스펜스의 역할 또한 그의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게리 스펜스는 이제 떠났지만, 약자의 편에 서서 불의에 맞섰던 그의 용기와 헌신, 그리고 그가 남긴 수많은 승리의 기록과 변호 철학은 법조계에 영원한 유산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노잇. - KNOW IT. 세 줄 요약

미국의 전설적인 변호사 게리 스펜스가 96세로 별세했다. 그는 프린지 재킷을 입고 약자의 편에 서서 거대 기업과 권력에 맞서 싸운 법정의 카우보이로 기억된다. 카렌 실크우드, 이멜다 마르코스 사건 등 숱한 승리를 거두며 정의를 구현했던 그의 삶과 독창적인 변론 스타일은 후대 법조인들에게 깊은 영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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