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대하 드라마 '베라보 ~츠타쥬 영화몽 이야기~'는 주인공 츠타야 쥬자부로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에도 시대의 화려함과 동시에 그 이면의 잔혹한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지난 31회 '내 이름은 하늘' 편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충격과 여운을 남기며,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에 대한 숙고의 시간을 선사했다. 극 중 나레이션은 10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하루(마시마 히데카즈 분)의 죽음을 '커다란 죽음'으로, 그리고 민초였던 신노스케(이노와키 카이 분)의 아내 후쿠(오노 카린 분)와 아기의 죽음을 '작은 죽음'이라 명명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작은 죽음'이라 불린 후쿠와 아기의 비극은 단순한 서사의 한 부분이 아니라, 당시 시대상이 드리운 가혹한 그림자이자 인간적인 연민을 자아내는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는 드라마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나열을 넘어, 시대 속에서 살아간 보통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얼마나 섬세하고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쇼군의 죽음이 지닌 정치적 무게와는 별개로, 굶주림과 빈곤 속에서 스러져간 한 가족의 비극은 보는 이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며,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드라마는 이처럼 '큰' 사건과 '작은' 사건을 대비시키면서도, 각각의 죽음이 지닌 의미와 무게를 섬세하게 다루어 시청자들이 에도 시대의 다층적인 현실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이끈다. 이러한 연출은 단순한 서사적 장치를 넘어, 사회적 약자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인간적인 선의가 낳은 역설적인 비극: 후쿠의 죽음이 던지는 질문

후쿠와 신노스케 부부의 이야기는 이 드라마가 지향하는 현실주의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요시와라의 유녀였던 후쿠가 신노스케를 만나 지독한 삶을 뒤로하고 평범한 농민의 삶을 꿈꿨지만, 아사마산 분화로 인한 유민이 되어 에도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여정은 이미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들에게 '에도의 미디어 왕' 츠타쥬는 한 줄기 빛과 같았다. 그는 아사모에 지쳐있는 부부를 위해 귀한 쌀과 일거리를 제공하며 온정을 베푼다. 특히 츠타쥬의 아내 테이가 정성껏 지은 아기 옷과 함께 건넨 쌀이 담긴 '입 주머니' 에피소드는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선사했다. 그러나 드라마는 이 작은 온정이 어떻게 역설적인 비극으로 이어지는지를 잔혹하게 그려냈다. 후쿠는 자신의 젖이 잘 나오지 않는 다른 아기를 위해 모유를 나누는 순수한 선의를 베푼다. 그러나 쌀이 있다는 소문에 이웃 남자가 굶주림에 눈이 멀어 그들의 집에 침입했고, 결국 후쿠와 아기는 무참히 살해당한다. 이 비극 앞에서 신노스케는 '이 자는… 내가 아닌가'라며 절규한다. 이는 굶주림이 인간을 어디까지 내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섬뜩한 깨달음이자, 언제든 자신이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에도 시대의 비참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장면이다. 후쿠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당시 사회 전반에 만연했던 빈곤과 절망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로 비친다. 인간의 선의가 오히려 비극을 촉발하는 아이러니는 드라마가 전달하고자 하는 냉혹한 메시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모리시타 각본의 지옥 전개, 왜 시청자들은 열광하는가

후쿠의 죽음을 둘러싼 전개는 '모리시타 각본의 지옥 전개', '역시 모리시타 각본'이라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는 작가 모리시타 케이코가 단순히 시청률을 위한 자극적인 연출을 넘어, 불편하지만 직시해야 할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과감한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미 '여자 성주 나오토라'와 '오오쿠' 등을 통해 깊이 있는 인물 묘사와 예측 불가능한 전개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베라보'에서도 그녀의 필력은 빛을 발하며,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동시에, 인간 본연의 나약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후쿠와 아기의 죽음은 단순한 충격을 넘어, 당시 민초들의 삶이 얼마나 위태로웠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한다. 시청자들은 이러한 '가혹한 현실 묘사'에 분노하고 슬퍼하면서도, 동시에 그 속에서 발버둥 치는 인간 군상에 대한 깊은 연민과 이해를 느낀다. 모리시타 각본은 비극을 통해 역설적으로 삶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을 되묻는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단지 드라마를 보는 것을 넘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인간 본성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비극적인 서사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어쩌면 냉정한 현실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인간의 존엄성을 발견하게 하는, 역설적인 위안을 담고 있다.

비극 속에서도 피어난 희망, 그리고 무너지지 않는 사랑의 의미

잔혹한 비극 속에서도 후쿠 역을 맡은 배우 오노 카린은 의외의 해석을 내놓았다. 그녀는 '후쿠의 인생은 해피 엔딩이었다'고 단언한다. 이는 표면적인 죽음의 비극을 뛰어넘어, 사랑하는 신노스케와 함께했고,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그녀의 삶에 충만한 행복을 안겨주었음을 의미한다. 물론 아이의 죽음은 '큰 무념'으로 남지만, 신노스케와의 변함없는 사랑은 그녀에게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는 안식처가 되어주었다고 고백한다. 이는 모리시타 케이코 작가가 후쿠에게 준 '큰 선물'이라며, 비극 속에서도 사랑의 굳건함을 강조하는 배우의 깊은 통찰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후쿠와 신노스케의 사랑은 단순히 로맨스를 넘어, 척박한 시대 속에서 서로에게 유일한 안식처이자 존재 이유가 되어준 삶의 닻이었다. 비록 육체적인 죽음으로 이별했지만, 그들의 영혼은 서로를 향한 변함없는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는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 이는 고통과 상실 속에서도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묵묵히 보여준다. 어쩌면 드라마는 이들의 비극을 통해 사랑의 숭고함과 그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죽음조차 끊어낼 수 없는 사랑의 연대감은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주며, 극을 이끌어가는 츠타쥬의 행보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에도의 미디어 왕, 츠타쥬가 꿈꾸는 세상: 역사의 그림자를 넘어선 희망

츠타야 쥬자부로는 단순히 시대를 읽고 상업적 성공을 좇는 '에도의 미디어 왕'이 아니었다. 그는 백성들의 고통과 시대의 그림자를 직접 목도하며, 그 속에서 예술과 출판의 진정한 역할을 고민하는 지식인이었다. 후쿠와 아기의 비극적인 죽음은 츠타쥬에게 자신이 베푼 선의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과 더불어, 굶주림과 절망이 만연한 에도의 현실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된다. 신노스케가 가족의 무덤 앞에서 '이제 더 이상 도망쳐서는 안 된다'고 읊조리는 장면은 명확한 묘비명조차 없는 수많은 민초의 '작은 죽음'들이 쌓인 토만쥬(흙무덤)를 배경으로 한다. 이는 츠타쥬에게 예술이 단순히 유희가 아닌, 어둡고 비참한 세상을 바꾸는 강력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무거운 사명을 부여한다. 과거 기생 세이가 츠타쥬에게 '인과가 원한이 아닌 은혜로 순환해야 한다'고 말했던 가르침은 비극 속에서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츠타쥬는 자신이 만드는 책들이 이 원한이 쌓인 어두운 세상을 하루빨리 타파하고, 은혜가 은혜를 낳는 새로운 시대를 열기를 간절히 바란다. 드라마는 츠타쥬의 이러한 고뇌와 열망을 통해, 예술이 단순히 현실을 반영하는 것을 넘어, 능동적으로 현실을 변화시키고 희망을 제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과연 츠타쥬는 가혹한 시대의 그림자를 넘어, 그가 꿈꾸는 빛나는 에도의 미디어 왕국을 건설할 수 있을까. 그의 행보는 단순한 개인의 성공 스토리가 아닌, 예술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로 이어진다.

노잇. - KNOW IT. 세 줄 요약

대하 드라마 '베라보' 31회는 쇼군의 죽음과 민초의 비극을 대비시키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충격을 안겼다. 특히 굶주림 속에서 벌어진 후쿠와 아기의 죽음은 모리시타 각본 특유의 가혹한 현실 묘사를 극대화했지만, 배우 오노 카린은 후쿠의 삶이 사랑으로 충만한 '해피 엔딩'이었다고 회상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에도의 미디어 왕' 츠타쥬는 이러한 비극적 현실을 타파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예술의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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