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지옥' 엘살바도르 세콧 교도소, 그 실상은?
최근 미국에서 추방되어 엘살바도르 악명 높은 테러리즘 구금 센터(CECOT)에 수감되었던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의 끔찍한 증언이 국제사회의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2025년 3월, 당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갱단 '트렌 데 아라과(Tren de Aragua)'를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이 갱단과 연루되었다고 주장하는 238명의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을 엘살바도르로 추방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들이 갱단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적법한 절차 없이 추방당했다고 주장한다. 고향의 정치적, 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해 살 길을 찾아 미국으로 향했던 이들은 오히려 미국 정부의 강제 추방과 엘살바도르 교도소에서의 '지옥 같은' 시간을 통해 이중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인권 단체들은 CECOT 교도소의 환경이 고문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며, 이는 단지 이주민 문제를 넘어선 보편적인 인권 침해의 문제임을 분명히 한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국가의 안보 논리가 과연 어디까지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침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이들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처우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성찰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난민 및 이주민 문제의 복잡한 단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권 보호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가 얼마나 쉽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경고하고 있다.
무고한 이들을 갱단원으로 만든 문신, 그리고 시스템적 고문
CECOT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음악가인 아르투로 수아레스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음악 비디오를 녹음하던 중 체포되었고, 교도소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만으로 반복적인 구타를 당했다고 진술한다. 18세의 어린 나이로 체포된 앙헬로 에스칼로나 역시 엘살바도르 도착 시 가혹한 폭행을 당했으며, 교도소 간수들로부터 "진정한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죽지 않으면 여기서 나갈 수 없다"는 협박을 들었다고 한다. 프리츠게랄트 코르네호와 앙헬로 볼리바르의 사례는 더욱 개탄스럽다. 이들은 단순한 문신 때문에 갱단원으로 지목되어 구금되었는데, 특히 볼리바르는 자신이 착용한 시계와 묵주 문신이 '갱단의 증거'로 제시된 반면, 정작 자신을 체포한 미 이민세관집행국(ICE) 요원들 또한 비슷한 문신을 가지고 있었다고 폭로하여 미국 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베네수엘라 검찰총장은 이주민들과의 면담 결과, 교도소에서 매일 구타, 부패한 음식 제공, 성적 학대 등 '체계적인 고문'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들의 증언은 단지 개인의 비극을 넘어, 특정 집단에 대한 낙인과 차별이 어떻게 폭력적인 시스템을 정당화하는지에 대한 준엄한 경고로 들린다.
어둠 속 한 줄기 빛, 앙드레 에르난데스 로메로의 용기
수많은 피해자 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인물은 앙드레 에르난데스 로메로이다. 그는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정치적 신념과 성적 지향에 따른 박해를 피해 미국에 망명을 신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부모님 이름을 새긴 문신 때문에 '트렌 데 아라과' 갱단원으로 몰려 CECOT으로 추방되었다. 앙드레는 교도소 내 '초남성적인(hyper-masculine)' 환경 속에서도 자신이 아웃팅된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상호 존중을 통해 다른 수감자들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혹독한 환경에 적응해 나갔다. 그는 "나는 그들을 존중했고, 그들 역시 나를 존중했다. 동성애자이기 이전에 나는 남자다"라고 말하며, 축구와 오토바이 등 남성적인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동시에, 자신 역시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이러한 증언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간적인 존엄을 지키고 연대하려는 노력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앙드레는 또한 '신앙'이 자신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 되었다고 고백하며, 종교적인 활동이 감옥 안의 수많은 이들에게 정신적인 위안과 희망을 주었음을 강조한다. 그의 용기 있는 고백은 CECOT의 어두운 현실을 조명하는 동시에,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연대의 힘으로 얻어낸 자유, 그러나 끝나지 않은 싸움
앙드레 에르난데스 로메로의 사례는 외부의 관심과 연대가 부당한 구금으로부터 한 생명을 구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활동가들과 국회의원들, 그리고 일반 시민들은 앙드레의 석방을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고, 그의 얼굴은 프라이드 행사 배너와 미국 대법원 앞 시위 포스터를 장식했다. "내 이름, 내 이미지, 내 이야기가 미국에서 이렇게 영향력을 가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앙드레의 말처럼, 그의 이야기는 이주민 인권 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마침내 2025년 7월, 베네수엘라에 구금되었던 미국인들과의 죄수 교환 협상으로 앙드레를 포함한 252명의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이 극적으로 석방되었다. 간수들이 "오늘은 너희가 나간다"라고 말했을 때조차 믿지 못했던 이들은 버스에 실려 군 기지로 향하며 비로소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나 자유는 돌아왔지만, 그들이 겪은 육체적, 정신적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앙드레는 "우리는 두 번의 형벌을 살았다. 그 지옥에서 견뎌낸 형벌과, 우리가 돌아오는 것을 볼 때까지 부모님들이 겪은 갇힌 고통의 형벌"이라고 말하며 가족들이 겪었던 고통 역시 컸음을 상기시킨다. 이들의 석방은 연대의 승리이지만, 동시에 망명 신청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부당한 추방을 막기 위한 싸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이주민 인권, 국제사회의 진정한 책임은 무엇인가
이번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의 사례는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이민 정책이 가지는 도덕적 딜레마와 국제법적 책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망명 신청자들이 정치적, 경제적 불안정을 피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의적인 기준과 부실한 증거로 범죄자로 낙인찍혀 생명을 위협받는 곳으로 추방되는 현실은 과연 정당한가. 특히 문신과 같은 개인의 신체적 특성이 갱단과의 연루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었다는 사실은 심각한 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며, 이는 국제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이다. 앙드레 에르난데스 로메로의 변호사 팀은 그가 여전히 베네수엘라 현 정권 하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하며, 미국에서의 안전한 정착이 어렵다면 유럽이나 캐나다 등 다른 국가에서 그를 받아줄 의향이 있다는 점을 언급한다. 이는 한 개인이 겪는 비극이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인류 보편의 과제임을 시사한다. 이주민과 난민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단순히 국경을 봉쇄하거나 엄격한 추방 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인도주의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자세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나는 범죄자가 아니다. 나는 스타일리스트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이다. 나의 유일한 무기는 두 개의 브러시뿐이다"라고 외치는 앙드레의 절규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노잇. - KNOW IT. 세 줄 요약
미국에서 엘살바도르 세콧 교도소로 추방당했던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이 겪은 끔찍한 인권 유린 사례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문신을 근거로 갱단원으로 몰리거나 성적 학대까지 당했던 이들의 증언은 국제사회의 책임과 망명 신청자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살아 돌아온 이들의 용기 있는 고백은 부당한 시스템에 맞서는 인류애적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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