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NHK 대하드라마 '베라보'를 통해 에도 막부 중기의 핵심 인물인 타누마 오키쓰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오랫동안 그는 '뇌물 정치인'이라는 오명에 갇혀 있었지만, 현대에 이르러 그의 파란만장한 삶과 더불어 시대를 앞서간 개혁가로서의 진면목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특히 그의 권력 절정기에 닥쳐온 10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하루의 의문스러운 죽음과 그로 인한 타누마의 혹독한 실각은 역사적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과연 쇼군의 죽음 뒤에는 어떤 진실이 숨어 있으며, 타누마 오키쓰구는 어떠한 평가를 받아야 마땅한가? 이 기사에서는 이에하루 쇼군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치고, 타누마 오키쓰구의 개혁적 업적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그의 재평가가 갖는 의미를 심도 깊게 탐구하고자 한다. 역사는 늘 승자의 기록이라지만, 때로는 그 이면에 가려진 진실이 더욱 흥미로운 법이다.

쇼군 도쿠가와 이에하루의 죽음, 우연인가 음모인가?

도쿠가와 이에하루 쇼군은 온화하고 너그러운 성품의 소유자였다고 전해진다. 작은 실수를 저지른 부하에게도 너그럽게 대하는 등 '갑질'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쇼군의 신임을 한 몸에 받은 이가 바로 타누마 오키쓰구이다. 그는 노중(老中)이라는 최고위직에 있으면서도 쇼군 개인의 시중을 드는 측용인(側用人)을 겸하여, 쇼군의 거처인 나카오쿠(中奥)에 자유롭게 드나들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이처럼 타누마의 권력 기반이 이에하루 쇼군의 깊은 신뢰와 존재에 있었기에, 이에하루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타누마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아닐 수 없었다. 실제로 1786년 8월, 49세의 이에하루 쇼군은 갑작스러운 중병에 걸려 사망한다. 공식 기록에는 9월 8일로 되어 있으나, 일부 사료에서는 8월 20일이나 25일에 이미 사망했으며 그 사실이 은폐되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더욱이 이에하루의 죽음은 몸의 떨림과 심한 토혈을 동반한 비정상적인 형태였다고 기록되어 있어 독살설의 의혹을 증폭시킨다. 8월 초까지 건강했던 쇼군이 불과 3주 만에 이토록 이상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이에하루의 죽음은 타누마 오키쓰구의 몰락을 위한 정치적 음모의 서막이었을지도 모른다.

권력의 절정에서 추락하다: 타누마 오키쓰구 실각의 배경

이에하루 쇼군의 의문스러운 죽음은 타누마 오키쓰구에게 가혹한 운명을 가져왔다. 쇼군이 병석에 있는 동안, 타누마에게는 노중직에서 물러나라는 압력이 거세게 가해졌고, 결국 그는 8월 27일 노중직을 사임하게 된다. 『도쿠가와 실기』와 같은 공식 기록에는 쇼군의 죽음이 9월 8일로 명시되어 있으나, 『텐메이 고세츠』 등 다른 사료에는 쇼군의 실제 사망일이 8월 20일이나 25일로 기록되어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이는 쇼군이 이미 사망한 상태에서 타누마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세력들이 '쇼군의 뜻'이라며 거짓을 꾸며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오고쇼(大御所)인 도쿠가와 이에시게의 아들인 히토츠바시 하루사다를 필두로 한 이에하루의 삼경(御三卿)과 고산케(御三家) 등 반(反)타누마 세력은 타누마의 정치에 대한 불만을 기회 삼아 그를 제거하려 했을 것이다. 아사마산 분화와 텐메이 대기근으로 인한 사회 혼란과 쌀값 폭등은 타누마 정치에 대한 민심의 불만을 최고조로 끌어올렸고, 이는 반대 세력에게 절호의 명분을 제공한다. 결국 타누마는 재산 몰수와 에도 저택 퇴거 등 혹독한 처벌을 받으며 권좌에서 완전히 밀려나게 된다.

시대를 앞서간 개혁가, 타누마 오키쓰구의 진면목

오랫동안 부정부패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타누마 오키쓰구에게는 실상 시대를 앞서가는 통찰력과 추진력을 지닌 개혁가의 면모가 있었다. 그는 1758년 엔슈 사가라 번의 번주가 된 이후, 1772년에 노중이 되어 막부 개혁을 주도한다. 특히 그가 번주로 재임했던 시기(약 29년)의 업적은 주목할 만하다. 비록 번주로서 단 한 번(1780년 4월)만 영지에 '오쿠니이리(御国入り)'를 했을 뿐이지만, 그는 사가라 성을 축조하고, 사가라와 도카이도(東海道)의 역참 마을인 후지에다(藤枝)를 잇는 약 28km의 '타누마 가도(田沼街道)'를 건설하는 등 인프라 확충에 힘썼다. 이 타누마 가도는 현재까지도 중요한 도로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그는 제염업과 양잠업 등 '식산흥업(殖産興業)'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 이는 상업을 천시하고 농업을 중시하던 당시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그를 '청탁을 마다하지 않는 수완가이지만, 동시에 열정적인 일꾼이자 꿈을 가진 인물'이라고 평하는 시마노시 시사료관 관계자의 말처럼, 타누마는 단순한 부패 정치인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 해결과 미래 발전을 동시에 추구했던 진정한 개혁가였다. 그의 생탄 300주년을 맞아 마키노하라시에서 진행된 동상 건립과 '타누마 오키쓰구의 새 시대전' 등은 그의 공적을 재조명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역사 속 타누마 오키쓰구, 새로운 시각으로 읽다

타누마 오키쓰구의 삶은 권력의 무상함과 역사의 복잡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쇼군 이에하루의 죽음이라는 거대한 그림자 속에서 그는 모든 것을 잃고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뇌물 정치인'이라는 낙인 이면에 숨겨진 그의 개혁 정신과 선견지명은 시간이 흐르면서 재평가받고 있다. 그가 추진했던 상업 중시 정책은 당시 봉건 사회에서는 급진적이었지만,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선구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평생을 권력의 정점에서 보냈지만, 결국 정쟁의 희생양이 되어 파멸에 이른 그의 말년은 '청탁을 마다하지 않고 이익을 추구한다'는 그의 비판적인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고향인 牧之原市에서는 그를 '지역의 초석을 다진 명군'으로 기억하며, 그의 열정적인 리더십과 실용주의적 면모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타누마 오키쓰구를 통해 '흑백논리'로 인물을 평가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시대적 한계와 개인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이야기는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복잡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역사적 교훈이 된다.

노잇. - KNOW IT. 세 줄 요약

개혁 정치가 타누마 오키쓰구는 쇼군 도쿠가와 이에하루 독살설의 그림자 속에서 혹독한 실각을 겪었지만, 현대에 이르러 그의 업적이 재조명되고 있다. 권력의 절정에서 맞이한 쇼군의 의문스러운 죽음과 그 이후의 가혹한 처분은 복잡한 정치 역학의 결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키노하라시를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는 그를 '열정적인 명군'으로 기억하며 그의 개혁 정신을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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