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스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독특하면서도 성공적인 선발 투수 운용 방식을 선보인다. 현대 야구의 트렌드가 불펜 의존도를 높이고 선발 투수의 이닝 소화를 줄이는 방향으로 흐르는 가운데, 필리스는 오히려 선발 투수진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 결과는 놀랍다. 시즌 중반을 넘어선 현재, 필리스 선발 투수진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으며, 퀄리티 스타트 부문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다. 이는 단순히 양적인 우위를 넘어, 질적인 측면에서도 최고 수준의 투구를 이어가고 있음을 방증한다. 팀의 에이스 잭 휠러를 필두로, 꾸준한 성장을 보여주는 크리스토퍼 산체스, 그리고 좌완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레인저 수아레즈 등 핵심 투수들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이들은 팀의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탱하며 필리스를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선두로 이끄는 일등공신 역할을 해내고 있다. 실제로 필리스는 리그 내 다른 플레이오프 경쟁팀들과 비교했을 때 선발 투수들의 이닝 소화량과 퀄리티 스타트 수치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다. 이는 필리스가 선발 야구의 '옛 시절'을 고수하며 현대 야구의 흐름에 역행하는 듯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강력한 경쟁 우위를 찾아냈음을 의미한다. 약 1억 5백만 달러에 달하는 선발 투수진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구단이 이 분야에 얼마나 큰 가치를 두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데이브 돔브로스키 야구 운영 부문 사장의 지휘 아래, 필리스는 다른 팀들과는 확연히 다른 시각으로 선발 투수를 평가하고 육성하고 있다. 특히 선수단의 건강 관리에 대한 철저한 노력 덕분에 많은 투수가 부상 없이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는 점 또한 필리스 선발진 강점의 배경이 된다. 그러나 필리스에게 남은 시즌은 이제 6주, 월드시리즈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자랑스러운 선발 마운드를 어떻게 관리하고 유지할지가 가장 중요한 숙제로 떠오른다. 단순히 정규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것을 넘어, 치열한 포스트시즌에서도 최고의 퍼포먼스를 끌어내야 하는 숙명에 직면한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다.

철인 잭 휠러의 흔들림, 피로의 경고음인가

필리스 선발 투수진의 핵심이자 상징은 단연 잭 휠러이다. 그의 턱수염에 앉은 희끗한 백발은 그가 필리스 유니폼을 입은 지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을 말해준다. 단순히 나이만 든 것이 아니다. 그는 투구의 지혜를 깨달았고, 무엇보다 더욱 강해졌다. 커리어 초반 토미 존 수술로 두 시즌을 날려버리는 아픔을 겪었던 휠러는 2020년 필리스 합류 이후 그 누구보다 견고한 마운드를 지켜왔다. 그는 974이닝을 소화하며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고, 포스트시즌을 포함하면 16,229개의 공을 던져 이 부문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러한 철인 같은 모습 속에도 최근 필리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었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 휠러와 레인저 수아레즈의 구속이 미세하게 하락하고 제구 불안이 나타나는 등 피로의 징후가 감지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휠러는 8월 초 등판 후 어깨 통증을 호소했고, 비록 MRI 검사에서는 구조적 손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그의 평균 구속은 시즌 평균인 96.1마일보다 약 2마일 가량 떨어져 94.2마일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9월 이후 올스타 휴식기 후 등판 중 가장 낮은 평균 구속이었다. 휠러 본인은 구속이 중요하지만 건강이나 효율성을 항상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며 평소와 같은 통증 수준이라고 애써 태연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구속이 떨어져도 효과적으로 투구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구단은 이러한 미세한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롭 톰슨 감독과 케일럽 코탐 투수 코치는 "지금 당장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즌 막바지와 포스트시즌을 내다봐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대부분의 팀들이 선발 투수들의 투구 이닝을 줄이는 추세 속에서 필리스가 선발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전략을 고수하는 만큼, 이들의 건강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휠러와 수아레즈의 최근 부진은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경고음처럼 들렸다. 포스트시즌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마운드의 핵심 자원들의 컨디션은 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다.

놀라의 복귀와 6인 로테이션, 마운드에 찾아온 단비

이러한 마운드 운영의 숙고 속에서 필리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팀의 또 다른 에이스, 애런 놀라의 복귀이다. 발목 염좌와 늑골 피로골절로 약 세 달간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놀라는 최근 트리플A 재활 등판에서 5.1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잡는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재활 등판마다 몸 상태에 만족감을 표했던 놀라는 결국 일요일 내셔널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하며 빅리그 마운드에 복귀한다. 롭 톰슨 감독은 놀라의 복귀가 선발진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일시적인 6인 로테이션 전환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제로 필리스는 놀라가 복귀하는 일요일 경기를 시작으로 당분간 6인 로테이션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놀라의 복귀를 넘어, 최근 타이후안 워커의 눈부신 활약 덕분에 가능해진 전략이기도 하다. 지난해 최악의 시즌(80이닝 이상 투구한 필리스 투수 중 1930년 이후 최고 평균자책점인 7.10 기록)을 보냈던 워커는 올 시즌 3.3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완벽하게 부활했다. 특히 선발로 나선 최근 6경기에서는 2.93의 평균자책점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필리스의 마운드에 예상치 못한 깊이를 더해주었다. 워커는 구단이 필요한 역할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이며 팀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심지어 그는 불펜으로 돌아갈 것을 대비해 선발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불펜 투수 루틴을 유지하며 준비를 이어갔다. 6인 로테이션은 그동안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피로가 누적된 핵심 선발 투수들에게 추가적인 휴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특히 올스타 휴식기 이후 5경기에서 6.59의 평균자책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레인저 수아레즈에게는 단비 같은 휴식이 될 전망이다. 그는 최근 등판에서 구위 저하와 제구 난조를 보였으며, 톰슨 감독은 그의 피로를 언급하기도 했다. 수아레즈 본인은 피로를 부인했지만, 5일 휴식 후 월요일 등판이 예정되어 있어 추가적인 휴식이 그의 컨디션 회복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충격적인 변수, 에이스 휠러의 혈전 진단

애런 놀라의 복귀로 선발진 운영에 숨통이 트이는 듯했던 필리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팀의 에이스이자 마운드의 기둥인 잭 휠러가 돌연 우측 팔 혈전 진단을 받고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는 것이다. 데이브 돔브로스키 야구 운영 부문 사장은 휠러의 상태에 대해 "더 심각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고 말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폴 부케이트 수석 트레이너는 휠러가 최근 우측 어깨 통증 후 상태가 호전되고 있었으나, 금요일부터 "약간의 묵직함"을 느껴 진단 결과 혈전이 발견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팀이 휠러의 투구 이닝과 피로도를 면밀히 관리하며 '철인'의 이미지를 유지해왔던 것과 대조되는 예상치 못한 변수이다. 구단은 휠러의 부상이 기존 어깨 통증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으나, 갑작스러운 혈전 발생은 포스트시즌을 목표로 하는 팀에게는 그 어떤 악재보다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필리스는 지난 2022년에도 휠러가 팔꿈치 건염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자 그에게 충분한 휴식을 부여했고, 이는 휠러가 포스트시즌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끄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당시 구단은 휠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휴식을 부여하는 결정을 내렸고, 이는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되었다. 하지만 이번 혈전 이슈는 당시와는 차원이 다른 심각성을 내포하고 있다. 치료 방법이 다양하다고는 하지만, 회복 시기와 투구 능력에 미칠 영향은 아직 미지수이다. 휠러는 필라델피아에서 추가 검진을 통해 정확한 상태를 파악할 예정이며, 그의 공백은 당분간 팀의 마운드 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필리스의 '선발 중심' 전략은 휠러라는 견고한 축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기에, 그의 이탈은 팀의 계획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변수가 된다. 팀은 이제 남은 시즌 동안 에이스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다른 투수들의 부담을 분산시키는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에 직면했다.

월드시리즈를 향한 필리스 마운드의 선택과 집중

잭 휠러의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필리스는 다시 한번 선발 마운드 운영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애런 놀라의 성공적인 복귀와 타이후안 워커의 호투로 6인 로테이션이라는 유연한 선택지를 확보했지만, 에이스 휠러의 공백은 그 어떤 전략으로도 쉽게 메울 수 없는 크나큰 손실이다. 롭 톰슨 감독과 케일럽 코탐 투수 코치는 그동안 선수들의 루틴을 유지하면서도 체력적인 신선함을 잃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말해왔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장기간 투구할 계획이기에, 시즌 막바지 관리는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코탐 코치는 "선발 투수들은 항상 공을 던지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지만, 때로는 구단이 나서서 휴식을 강제해야 할 때도 있다"며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휠러의 이탈로 인해 필리스는 이제 나머지 선발 투수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단순히 6인 로테이션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특정 투수에게 등판을 건너뛰게 하거나(skipping starts), 심지어 두 명의 선발 투수가 한 경기에서 번갈아 던지는 탠덤(tandem) 전략까지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타이후안 워커는 이미 불펜과 선발을 오가는 유연성을 보여주었기에, 이러한 탠덤 역할에 적합한 옵션이 될 수 있다. 필리스는 지난 2022년 휠러에게 강제로 휴식을 부여하여 포스트시즌 성공을 이끌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휠러 또한 이제 구단이 자신의 몸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믿으며, 때때로 원치 않는 휴식도 팀과 자신에게 최선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필리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는 결국 마운드의 견고함에 달려 있다. 휠러의 부상이 불러온 위기를 필리스가 어떻게 극복하고, 남은 선발 투수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포스트시즌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야구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늘 도사리는 스포츠이며, 필리스는 지금 그 변수 속에서 새로운 해답을 찾아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지켜보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노잇. - KNOW IT. 세 줄 요약

필리스는 선발 투수진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깊이 있는 활용으로 리그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에이스 잭 휠러의 예상치 못한 부상과 애런 놀라의 복귀는 포스트시즌을 향한 마운드 운영에 새로운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구단의 섬세한 투수 관리와 유연한 로테이션 전략이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오랜 꿈을 현실로 만들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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